(시) 나의 사랑시 모음 -2 / 함동진
(시)
그리움의 만삭
함동진
보고픔은 꽃샘바람 같은 것 고개 돌려도 또 찾아와 닳도록 쓰다듬고 물렀다가는 또 오고 끝내는 내밀함 벗겨 내고 함락시키듯 돌고야마는 맥박 물오른 박동은 숨가쁘고 얽히고 꼬이고 굳어진 토양에 숨결을 부어 진통의 양수는 바다로 출렁이고 그리움 품은 은파는 요람을 찾아 춤추고
내 마음 열어 놓고 한 장 두 장 세듯 사랑을 확인하고야 오시는 심술도 있는 그리움의 만삭 통나무집으로 오세요 안식처 당신을 위한 분만실로 2002. 3. 28.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님의 머리칼 눈부시리
함동진
사랑의 사탕 볼 메이게 물고서라도
님을 그리워 하는 목마름으로 주체도 못하는 다디단 바램의 흐르는 눈물을 이내 가슴의 사랑의 샘에 깊고 깊이 넘치도록 고이 채웠다가
그리운 님이 오시는 날 사랑의 샘물 한 방울 남김 없이 모두 쏟아 님의 머리칼 눈부시게 눈부시게 씻겨드리리
2002. 3. 14.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사랑의 굴레
함동진
사랑의 굴레를 걸고 있다면 그리는 님을 갖는 행복입니다.
믿음으로 소망의 굴레를 걸고 있다면 낙원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리움의 굴레를 걸고 있다면 사랑하는 님을 뵈옵는 행운입니다.
목마름의 굴레를 걸고 있다면 님의 샘에서 영생수를 마시게 됩니다.
2002. 3. 14. 깊은 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봄맞이로 가슴이 일렁이고 함동진
갯바람 몰고 온 상큼한 봄소식
갈매기 두어 마리쯤 머리위로 나르면 여기도 바다일텐데 먼 남쪽 하늘 향하여 꽃으로 벙그는 뭉게구름 바라보며 가슴이 바다인 양 일렁입니다
제비무리 몰고 오시는 님 맞이하며 웃을 수 있는 花信으로 가득 찬 우편함이듯 버들 숲 누비며 오시는 길마다 배달되는 봄으로 행복이 피어납니다.
봄맞이 기쁨으로 꽃불을 지핀 가슴이 일렁입니다 사랑에도 꽃눈이 있다면 님의 봄바구니에 이 맘 캐어 담아 가시련만.
2002. 3. 13. 깊은산골(장산)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밀월의 향기 만들려 님의 나라로 가렵니다
함동진
가렵니다 오라고 하시는 그리운 님이 계시는 이상향으로 가렵니다 나목에 새움이 돋는 봄이 오면 님과 함께 살만한 동산으로 가렵니다 카렌더의 날자를 한 날 두 날 헤어가며 창 밖을 목빼어 보는 그리움 새순 여행권 받고서 신록이 손짓하는 하늘을 날아 님 오라시는 곳으로 가렵니다 기쁨만이 춤추는 밀월의 향기 만들려 님의 나라로 가렵니다. 2002. 3. 8. 깊은산골(장산)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수선화 함동진
님에게 비밀이어요 고운 것으로 드려야 할 고귀함으로 피어나는 순결
수줍은 나래이듯 은은히 피어날 때에는 별무리 모아 오름* 같은 걸 비단결 아련함으로 화심花心에 사랑이 벙그는 걸 님도 보아주셔요
미풍이 숨결이듯 일렁이는 뜰에는 가슴 가득 간직한 언약을 안고 와 뿌듯한 어여쁨으로 피어나 가득하옴을 님이여 오셔서 보아주셔요
* 오름 :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생화산. 2002. 3. 8.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민들레씨앗 타고 오시는 님 함동진 활활 타는 달집불 안장에 올라 구석구석 동토를 녹인 월광곡 깔린 길 따라 동구 밖 사랑의 기다림을 아시고 종긋한 귀에 기쁜 소식 아름아름으로 봄을 몰고 오시는 님 민들레꽃씨 띄우기 위한 사랑의 보송보송한 운명입니다. 봄의 길목에서 민들레씨앗의 날음은 내게 감당 못할 천천만만 송이의 꽃이기에 향에 취하여 사랑이 돋는 경사 님의 숨결이 다가오고 있음입니다.
꿩밥송이 어여삐 고개 내밀고 삘기풀 꿈꾸는 동산 안으로 민들레씨앗 타고 둥실 두둥실 오시는 평화로운 길목은 아지랑이 함께 나비들 함께 님과 함께 춤추는 무도장입니다.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이슬에게 -詩카드를 받고 바람이 답함
나 바람은 실바람으로 작아져야지 작아져야지 저 조막손 아기의 콧김 만큼이라도 작아진다면 님의 곁으로 가려고 나아가 보겠지만 나 바람둥이 우악스럼으로 순결하고 여린 님 한 뼘 거리에 두고도 스칠까 말까 진종일 조마조마 하늘에 오르는 님의 옷자락조차 놓치고 짝사랑 앓으며 맴돌다 맴돌다 노을 빛 오기까지 애만 태우는 건다리.
2002. 2. 25.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등대
함동진
내 안 밖이 수렁으로 깜깜할 때 빛으로 오시는 님
그리움의 비린내로 끼인 안개 어둠을 뚫고 분사되는 사랑의 빛, 따스한 손으로 부여잡으신 동행同行이고자 구원久遠의 빛으로 타오르신 님 포근한 애무로 어루는 불변의 언약으로 감싸 안아 주시는 오, 눈부신 님
님의 빛으로 살촉이듯 투과하는 투명한 이정표는 이상향을 넘어서 실상으로 빚어진 님과 함께 할 낙원에 세워진 보금자리
안식처로 향하는 님의 품에 안긴 동행은 생명의 발광체 시그널 따라 사랑으로 빚어진 통로로 들어서 깜깜한 풍랑과 방황의 여정은 닻을 내리고
님의 화사한 체취와 함께 하는 승리의 입맞춤으로 얼었던 심장은 연금술사의 화로이듯 녹아 향기 자욱한 금침 놓인 장원에 님의 품안으로 합일하며 영원히 안식합니다
2002. 2. 24.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향으로 오시는 님
함동진
님은 오래 전에 오시었습니다 내게 스며드시고 바래지 않는 빛으로 새겨두시었습니다
절어든 님의 사랑 언제나 훈훈薰薰함으로 나를 얽었습니다
님은 나를 아롱지게 합니다 님과 함께한 동산을 거닐면 님은 자욱함으로 동산을 가득 채워 주시고 벌 나비 모이게 하시어 산짐승들과 산새들과 숲과 꽃들은 행복합니다
님은 나를 감람수橄欖樹 그늘 아래로 오라 하시어 사랑의 입김을 불어넣으십니다 나의 사랑은 우주를 다 삼킨 듯 황홀함으로 차 오릅니다
절어든 님의 사랑 언제나 훈훈薰薰함으로 나를 얽어두었습니다
2002. 2. 21. 깊은산골(長山)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아지랑이
함동진
처녀가슴 사랑 타는 불 보리밭이랑 그슬려 종달새 띄워 놓고 무장다리 유혹 붉혀 나비 부르네
노래하는 시냇물은 봄노래 까페 몽돌자갈로 달궈진 둥지 물새알 깨인 갈대 숲 솜털 날리고 종종걸음치는 저 즐거운 할미새 춤
삘기풀 꿩밥송이 고개 내미는 언덕 송아지 염소 두 귀 쫑긋 봄바람 마시고 후미진 웅덩이는 꽃뱀들 엉켜 짝짓기 하는 낙원 어디선가 하늘 자욱한 풀피리 소리
동산 가득 메운 산새들 잔치 연초록 숲 속 연인들 입맞춤소리 하늘조차 사랑 시샘으로 어른거리나 님과 나의 사랑열기 세상을 덮네
이랴이랴 얼얼얼 이랴 쟁기모는 이마위로 물찬제비 솟구치고 해가 지고 별이 뜨고
2002. 2. 20.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내 마음 님에게로 흔들리는 발렌타인
함동진
육십사세에 접어든 늙은 이 나 애숭이는 어느 어여쁜 아가씨로부터 발렌타인 축하 영상레터를 받았다 놀란 가슴 숨가쁘다
난생 처음으로 황홀한 발렌타인으로 오시는 아가씨의 선물
이슬방ㅇㅇㅇ울 초롱초ㅇㅇㅇ롱한 붉은 장미*에 취하고
리본∼ 풀리는 순간 쏟아지는 달콤한 다디단 사랑의 구슬들 나이아가라로 쏟아지는 걸
감당 못할 적포도주 저 유혹 내 마음 님에게로 흔들리는 발렌타인
꿈결같은 러브송을 들으며....
2002. 2. 14. 깊은 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님 오시는 소리
함동진
님은 설국雪國으로 가시며 조국에 두께로 눈이 쌓이는 날 오시마고 약속했습니다
겨울가뭄 밤마다 눈 타고 오시는 님 그리다가 지새는 밤 데인 눈꺼풀 감각이 없나이다 오늘이사 눈이 오려나 지친 이 몸 스러져 차가운 침상 외롭습니다.
함박눈 창문을 간지르는 밤 사각사각 님 오시는 소리 나를 부르는 사랑하는 님
눈 내리는 창 밖 님이 가까이 계시련만 지쳐버린 그리움 앓이 창문조차 열지 못하는 안타까운 신음
아 사랑하는 님 온기 뿜으시며 내려다보시는 내 님 사랑은 깊이로 쌓이고.
2002. 2. 10.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사랑의 계절풍
함동진
당신은 나를 사랑하십니다 미운 짓하며 등 보이고 갈대로 가지만 언제나 제 곁에 오셔서 사랑을 베푸십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십니다 피하여도 거절하여도 망나니 짓 하여도 멈추지 않고 찾아오시는 사랑으로 언제나 곁에 오시어 계십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십니다 멈추고자 하여도 포기하고자 하여도 인정받지 못하여도 항상 치켜세워 주십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십니다 나의 생애의 십자로에서 방황할 때에 이정표 되어주시고 깊은 강, 깊은 늪을 건네주시는 무애탄탄無碍坦坦의 길이십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십니다 곤경에 처하거나 미궁에 빠져도 탕진된 탕아로 몰골 흉측해도 헐벗어 떨고 있음 아시고 사랑의 입김으로 녹여주십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십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며 갈구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아시고 사계四季의 계절풍이듯 불어와 가슴 헤치시고 사랑을 불어넣어 주십니다.
2002. 2. 6.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너와 나만의 눈부신 사랑
함동진
혼탁단절 차막을 치고 전천후 오염에 강한 토종의 혈통이 흐르는 나만의 純種순종의 사랑을 배양하여 간직하여야 하느니
외래종으로 유혹되는 헤픈 사랑은 뒷골목 온갖 병균독소 묻혀와 좀먹고 시들게 하여 성스러움으로 감싼 순결을 벗겨 낸지 오래 달콤한 입맞춤이 있을 수 없듯 사랑도 아무에게나 함부로 나돌면 벌레 먹은 흠집 남거니
더럽힘 없는 태초의 흰 빛으로 빚어진 눈부신 사랑은 너와 나만의 것이어야 하느니 오직 한 사랑 너와 나만의 것이어야 하느니
2002. 1. 9.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조용한 허공이고 싶다
함동진
정말정말 이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하여 죄가 아니 된다면 단아한 아침 이슬방울이듯 귀천 하듯이 조용한 허공이고 싶다.
허공의 섬 하나 만들고 사랑하는 당신과 나 마음에 쏙 드는 이 불러들여 옹기종기 모여 사는 섬나라 조용한 허공이고 싶다.
2001. 12. 17.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모과향 내리는 밤
함동진
모과향이 내리는 밤 쏟아지는 별빛으로 불씨 삼아 가을 엽서로 날아온 낙엽을 태우며 사랑을 구수하게 훈제한다.
언제 이런 날이 오기를 기다린 것이 아니지만 우리의 사랑은 더욱 고소하게 익고 늙었어도 눈빛만은 변함없는 청춘으로 서로를 원한다.
모닥불 따끈함에 기울이는 찻잔 속으로 녹아있는 맞잡은 손은 세월을 찬미하고 어느 조건도 떼어내지 못한 우리의 사랑 하늘의 모니터에 다 뵈인다.
모닥불 꺼진 깊은 밤 우리 노부부는 침실로 간다.
2001. 10. 15.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노 을
함동진
나를 위하여 만드신 천국으로 가는 상여다
붉은 꽃무늬 함께 불타는 아름다운 火葬 모두들 예찬하며 부러움으로 본다
서산 넘어 불꽃으로 사그러짐은 내일아침의 부활을 위한 정들었던 지구의 마지막 조곡 아름다웠던 화려한 이승의 마침 사랑의 절정이다
보라 나를 위하여 만들어 주신 천국으로 가는 저 아름다움 나의 꽃상여.
마지막 날 죽는 날 저 아름다운 황혼에 내 몸이 데이고 분골에 붉은 물을 들이는 저 황홀한 화장 영혼조차 붉게 붉게 피어 오를 내 노을.....
2001. 9. 24.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여름에 오는 여인 -남국초 南國草*
함동진
정원 벤치 위에 파란하늘 흰 구름 가슴을 애잔히 녹이는 샤넬향 온기 서려 등 뒤 돌아다 보면 초록물결 빠딕 자락 아래로 태양에 그을린 종아리 보이는 남국의 여인.
고향 그리워 먼 남국 하늘 바라기 하다가도 조석으로 스쳐주는 인정에 정열의 향 풍기며 등 뒤 기대어 하늘거림으로 아양하는 여름에 오는 여인.
혹이나 쉬 떠날까 설레는 마음 빠딕 한 자락 감춘 나뭇꾼*.
* 南國草: 우리 집 대형 盆에 기르는 이름 모를 '南國草'는 해마다 6월 중순께 되면, 나의 키보다 큰 높이에 두 팔 벌려 한 아름 넓이의 잎새들 사이에 길이로 오무린 손바닥만한 초록색 꽃을 두 세 촉 차례로 피워 우리 나라 蘭향과 같은 향을 풍기는데, 두 배, 세 배 이상은 진하다. 10m까지도 풍기는 향은 프랑스 귀부인들이 쓰는 샤넬향이라 할까 가히 뇌살적이다. 어떤 때에는 등뒤에 아름다운 여인이 다가서서 매력(유혹?)을 풍기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아직 그 남국초의 이름을 몰라 '남국초'라 부르고 있는데 그 이름 알게 되면 이 詩의 부제도 바뀌게 될 것이다. * 나뭇꾼: 선녀와 나뭇꾼. (2001. 6. 16. 개봉동에서)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가랑닢 함동진
천부(天賦)의 길 가다가 천길 아래로 데굴데굴 구르며 끝없이 한(恨)없이 구르며 허물이 벗겨지고 온몸이 쓰리도록 사랑의 굴종(屈從)을 하였기로.
문득 멈춘 곳 그대 발아래 이르렀으니 바로 일으켜 세워 영원히 꺼지지 않을 사랑의 불지펴 이제 당신 마음대로 애무하소서 활활 태워주소서.
2000. 11. 1 고척근린공원에서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느티나무 아래 벤취로
함동진 낙엽 구르는 소리 있어 가을이 예쁘다네. 능금 익는 소리 있어 가을이 예쁘다네.
미소 짓는 파란 하늘 있어 가을이 예쁘다네. 나의 새색씨 낙엽 밟던 소리였기에 가을이 더더욱 예쁘다네.
오, 단풍같은 할매야 만추의 입맞춤으로 느티나무 아래 벤취에 살자 쪼그랑 주름살일 망정 마주앉아 웃음 짓는 홍안의 해로가 있으니 가을이 아니 예쁜가.
느티나무 아래 벤취에 살자 활활 타는 단풍에 데이자 눈발이 휘날리는 싸늘한 겨울이 오기 전에.
(2000. 10. 25 개봉동 매봉산공원 느티나무 아래서.)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사과나무 아래서
함동진
가을이다. 나의 이브야 사과나무 아래로 오라 서로 농(濃) 익은 뺨을 비비며 유혹을 하자.
별빛 시린 밤에는 잃어버린 젊은 날의 초야(初夜)를 되찾고 다시는 우리의 사랑이 목 울대에 걸리지 않도록 어설픈 포옹일랑 하지를 말자.
오, 별빛 초롱초롱한 이 긴 밤을 사과나무 아래서 아침이 올 때까지 흥분으로 濃 익은 뺨을 비비며 유혹을 하자.
긴긴 세월 너무나 간절하지 않았는가 빼앗긴 젊은 날을 찾아 실컷 울어서라도 보상을 받자.
가을이다 나의 이브야 사과나무 아래로 오라.
(2000. 10. 10 개봉동에서)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억새·1 -사랑
함동진
내 손가락 베이고는 순정의 정표로 핏방울 핥는 톱니 잎 구월이 백로 위에 걸터앉을 무렵 곱게 빗어 내린 향그러운 머리 결 아가씨 댕기 풀고 화려한 모습 내 가슴에 안긴다.
가을 밀쳐내는 하늬바람 쏟아지는 날 고운 머리 결 휘날리며 밀월여행 재촉하는 사랑 어여쁜 내 처녀야.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江村강촌
함동진
산그림자 드리운 江心으로 드러누워 배꼽위에 돛을 달고 다슬기들의 마알간 노래를 듣노라면 거꾸로 돌던 퇴락한 세상이 바로 보인다
별꽃 무수히 핀 강물 위로 표류하다가 *강 건너에 계시는 님에게 닿고 싶도록 포근한 물소리 밤이 곱다.
* 강 건너 : 요단강 또는 彼岸(피안)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사랑의 올 엮어
함동진
올마다 스며든 당신의 체취 긴 세월 시련으로 부푸러기 일 때마다 꿰맨 사랑의 흔적은 비록 눈물로 얼룩졌더라도 황혼을 동행하는 빛깔은 낡지않아 핑크빛으로 여전히 스며들고 누더기 임에도 성스러워 벗지 못하리.
강건너 감람목 아래 본향집 베틀에 새올을 걸어 새피륙 낳아 새옷 지을 때까지 포근하고 따뜻하게 입으리.
씨,날 되어 얽힌 올 날염으로 박힌 피륙같은 사랑 파스텔빛 은은한 동행을 하리. 한평생 꿈이듯 나래이듯 휘감고 함께 낙원으로 날으리.
2000. 3. 23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코스모스
함동진
미소가 꽃피는 계절 回憶이 넘실거린다.
입영장정 군용열차는 전주-삼례-익산-논산으로 달리며 일구오구년 가을, 눈물을 뿌렸었고 내마음 앗아간 허리 잘록한 처녀는 철로변 가녀린 꽃으로 化身 미소를 보냈었지.
인디아 소녀 닮아 가무잡잡한 사랑스런 까만 눈동자 삼단머리 처녀야 어느 골 아낙 되어 너의 미소 닮은, 딸 낳아 기르고 있는냐.
노을 빛에 불타는 코스모스꽃 물결 속으로 너의 미소 건지러 뛰어들고 싶구나.
1999. 9. 5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목련꽃
함 동 진
봄소식 전하러 북쪽으로 북쪽으로 먼저 오다가 지친 나래 접어두고 솜사탕 날 듯 내려앉은 흰옷 입은 모습 천사의 기도.
시샘하는 진달래, 개나리 따돌리고 벚꽃 활짝 피는 날 일렁이는 봄바람에 깃털 떨구고 북쪽으로 북쪽으로 먼저 떠나는 하얀 목련꽃.
나의 연인이여! 어여쁜 천사여! 언제나 다시 만날꼬?
1995. 4. 27 <교차로> 제475호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시) 석류
함동진 1 어머니가 나를 배었을 때처럼 불뚝한 석류 송이가 만삭으로 제왕절개 되는 산고 새생명을 창출하는 아, 위대한 아픔이여
2 신혼초야 축배 한 잔의 붉은 포도주보다 진한 진홍색 사랑으로 빼곡이 영글어 화로 속의 참숯불빛 뜨거운 이글거림으로 알알이 타고 있다
3 비밀한 젖무덤 가슴을 열어 놓고 달콤새콤한 유혹으로 혀 밑을 간지르고는 침색 마를 날 없이 촉촉한 입술로 곱디고운 냄새에 절어 언제나 향그러운 황홀한 병을 앓게 한다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