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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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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웃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6회 작성일 22-02-02 14:22

본문

 

드문드문 다니던 기차타고 도착한 작은 역은 우리들만 내렸다

고개 오르내리며 굽이돌던 십리들길 걸어 방학이면 가끔 찾아갔던 고모네

도착해보니 근처 일하러 가셨는지 아이들 놀러갔는지 아무도 없다

배는 고프지 먹을 거 찾아 들어간 부엌천장에 매달린 소쿠리 안 밥주발

밥이 수북했다 배는 고프지 찬장 안 열무김치와 고추장종지 찾아 기름 쓱쓱 비벼 먹었다

단발머리 계집애가 겁도 없이 동생들 데리고 눈칫밥 천덕꾸러기였어도 좋았다

설날 전부터 엄마는 밥할 때마다 한주먹씩 덜어내던 쌀 단지 털어 씻었다

산꼭대기 달동네 된바람이 숭숭 울며 얼굴을 할퀴던 우리 집에 푸짐하게 떡가래가 놓였던 그때

새벽부터 엄마 대신 줄 서서 기다리다 우리차례 가까워 엄마 부르면 어느새 하얀 김 오르던

떡을 이고 함박웃음 웃던 엄마 조상에 올릴 떡 따로 덜어놓고 몇 가락 떡에 설탕 주면 우리는

아까워 서로 누가 빨리 먹을까 누구 게 더 많나 급하게 눈치 보며 먹었다

밥 나물은 쉬지 않게 얼른 먹고 옷 양말은 손아귀보다 큰 빨래비누로 손등 터지도록 조물조물

방바닥은 길쭉한 나무에 빼곡 머리숱 꼽은 빗자루 쓸어내 털었지

구멍가게 큰소리로 움직이던 텔레비전은 돈을 내라고 보챘다

 

며늘애가 들고 온 크고 가지런한 딸기 접시 붉게 상에 피자마자 금세 져버리고

가래떡 동글동글 잘라주니 냉동실에 사놓은 거 많이 있어요. 떡만둣국 아이들이 잘 먹어서요

방바닥 여기저기 다니며 아이들 부스러기 쓰는 청소기는 그렇다며 끄덕끄덕 움직였다

다 빨았다 노래 부르던 세탁기속 이불 꺼내 건조대에 널어놓으며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 설렜던 그때

명절 생일이 아니어도 늘 아무렇지 않게 사먹을 수 있는 요즘

철이 사라진 시절에 끼어 생각하자니

 

어린애였던 그때가 더 좋았지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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