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 창작시의 향기

귀로

소주잔 속에 별 하나 떠 있었지

크리스마스트리 꼭대기에 숨은 별처럼

유재하가 떠 있고 서정주가 반짝거린다

별이 별꼴로 밤바다를 기웃거리고

누군가 동주의 시를 탐하듯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밤하늘로 출렁거리는 해조음도 술 주정이 되어 젖은 아가리를 기웃거리는데

구취를 풍기며 인적 끊어진 단조의 밤, 

빛은 거리를 두고 행성과 행성은 내외를 하고

달빛도 슬그머니 밤바다의 시퍼런 해구 속으로 얼굴을 감추고

숨은 헐떡거리고 짓무른 시장통 해장국 벌건 고추가루처럼

씹다만 밥풀때기 낀 이빨과 이빨 사이에서

벌어진 은하의 거리만큼 별들은 빛나고

나는 그 귀로에 기대어 서서 고름 섞인 하루를 발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