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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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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83회 작성일 21-12-31 12:11

본문

수월봉水月峰에서 / 백록

 


 

여기는 노을 지는 언덕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내 뒷덜미를 콕콕 쪼는 저어새들 희끗거리는 일출봉 너머 저어 동쪽으로 가는 걸까

아님, 일몰의 노을로 울긋불긋 일그러진 달마의 초상을 따라 차귀도 너머 서쪽으로 가는 걸까

아님, 지난날 조잘대던 제비들을 따라 남쪽으로 날아가는 걸까

아님, 모가지가 더욱 길어진 기러기들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는 걸까

아님,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어디론가 정처 없이 흘러가는 걸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얼마 전 우렁찬 지진의 울림, 억겁의 통증 같은 소리, 툭 떨어진 이 자리의 파문을 따라

널리 멀리 흩어져버리는 걸까

전생의 지느러미 같은 물결은 찰랑찰랑 내게로 밀려오는데

나는 과연 어디로 떠나고 싶은 걸까

여기는 지금 땅거미 기웃거리는

노을에 휩싸였는데

 

 

 

 

 

댓글목록

희양님의 댓글

profile_image 희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잠시 길을 잃은 화자의 시선 속을 걸어봅니다

순간 느끼는 생각을 아름다운 필력으로
맛깔스럽게 수놓았습니다

공감하며 나도 빠져보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더 푸르고 더 우람한 날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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