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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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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0회 작성일 22-01-01 03:12

본문

밤이 깊어질수록 어둠 속에서 내 치통이 자란다. 수확할 수 없는 것이 어둠 속에서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점차 

 

형체가 사라진다. 

어둠이 글자가 되고 글자 속으로 돋은 달 엿보이고 글자들을 내 안에 펼치면 어둠의 뜨끈뜨끈한 피가  

내 망막 위에 묻어있다. 시를 쓰다. 창밖을 보면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 조그맣게 들려온다. 기차 타고 먼 타국에서 온 소녀가

 

밤새 내 창밖에 서있다. 눈동자가 청록빛 야자나무 잎인 소녀. 내게 자기 핏줄 속을 들여다보라던 소녀. 소녀. 소녀. 내가 눈시울 뜨거워지게 

사막을 그리워해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막, 사막. 살점을 모두 발라낸 

흰 뼈뿐인 사막과 소녀. 내게는 절뚝거리는 다리와 찢겨나간 날개뿐인 건가? 언어의 서커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팔뚝 바깥으로 가볍게

남극의 오로라를 튕겨내고 있어요. 하늘 높이 걸린 팽팽한 로프 위 아슬아슬 

밟으며 글자라는 빙편(氷片) 조각 조각 깨지는 소리 까마득히

 

아래에서 들려오는 것을 

황홀해하고 있어요. 내 시를 읽어주는 이는 저 빙편 속 저 투명함 속에 갇힌 

 

이름 모를 도시뿐이지요. 나는 어제 오후 저 도시 속 어느 길을 지나다가 

쇼윈도우에 걸린 거대한 기하학적 문양을 가진 양탄자와

갈고리에 걸린 빨간 쇠고기 한 덩이 보았습니다. 나는 그 곁에 진열되어있는 

 

당신도 보았습니다. 마트료시카, 나는 사랑하고 싶었어요. 예리한 채찍이 쫙 펼쳐지듯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가는 당신을 포착하고 싶었어요. 당신은 

 

마음이란 것이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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