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자세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식빵자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0회 작성일 21-12-27 10:14

본문

고양이는 언제 식빵에게서 그 자세를 배운 것인지,

시름시름 해가 저물어도 매대를 지키는 식빵의 자세로

고양이는 한 덩어리의 안녕, 안녕! 하고, 밤 식빵을

사들고 놀러 온 친구가 인사를 해도,살짝 떴던 눈을

다시 감는 안녕이다.


금방 오븐에서 꺼낸 식빵의 온기를 백년 동안 간직할 수

있는 기술로 만들어 진 빵들에게도 자세는 있다. 차갑게

식어서 어디론가 팔려 나갈 때까지 딱 하나의 자세를

지키는 것을 안녕이라고 하지 않고, 고행이라고 한다

식빵 자세, 마늘 바게뜨 자세, 꽈베기 자세, 던킨

도너츠 자세, 심지어는 이불을 둘둘 감고 누운 롤빵

자세까지, 우리가 빵들에게서 배운 자세들은 결코

말랑말랑하거나 달달하지 않은 것들이다. 특히

속을 잡채와 고기로 채운 고르케 자세는 터부룩하고

한꺼번에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샌드위치의

자세는 스스로를 가위누르게 된다. 식기

전에 어쨌거나 설탕에 구르고 보자는 찹쌀 도너츠의

자세로 여자를 안았고, 온통 터지고 갈라진 소보르의 

자세로 돈을 벌었고, 때로는 작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호두빵의 자세로 여행을 떠났고, 어떤 하루는

정수리에 불꽃을 이고, 누군가의 행복을 기원하며

제 존재를 절단 내는 생크림 케잌의 숭고한 자세에

이르기도 하며, 오븐에서 나온 빵이 그 온기가 식기

까지의 순식간을 매대처럼 지켜 온 것이다. 

가끔 가장 단순한 반죽에서 오롯이 부풀어 오른

덩어리 속으로 침잠하며 세포의 밀도를 늘어뜨리고

포실포실한 틈새를 열고 바람을 들이는 연습을 하지만

식빵과 고양이만 이룬 그 자세는 자세이며 득도라

범인들이 감히 이를수 있는 지경이 아닌 것이다.


챠르륵, 늘 그 자세의 안녕을 깨우는 것은 밥이다.

손가락 끝을 모아 한 조각 떼는 것처럼 앞 발을 앞으로

쭉 뻗고, 단봉 낙타처럼 등을 솟구쳐 세우고, 온 몸의

관절에 붙은 근육들을 늘어뜨리며, 한 덩어리 안녕으로

부터 뚝 떨어져 나오는 고양이,


종일 주무르고 치대고 패대기 치고 으깨고 늘어뜨리는

가장 단순한 반죽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우면

온몸이 붓듯이 오롯이 부풀어 오른 덩어리 속으로

다만 육체인듯 침잠하여, 생각의 밀도를 늘어 뜨리고

소록소록 잠이 든 틈새로 꿈이 스며드는


그들의 자세를 흄내내며

티스푼 끝의 손톱만큼도 이스트가 없어, 나는

오늘도 소주 한 병을 사들고 퇴근을 하는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7,809건 166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열람중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1 12-27
26258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8 12-27
26257 짭짤한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1 12-27
26256 펜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9 12-26
26255
재즈카페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1 12-26
26254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8 12-26
2625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3 12-26
26252 짭짤한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7 12-26
26251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1 12-26
26250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4 12-26
26249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12-26
26248 라꾸까라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6 12-26
26247 펜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7 12-25
26246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4 12-25
26245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8 12-25
26244
구름기획사 댓글+ 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3 12-25
26243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6 12-25
26242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9 12-25
26241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8 12-25
26240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6 12-25
26239 라꾸까라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5 12-25
2623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3 12-24
26237
바리 댓글+ 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1 12-24
26236 라꾸까라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3 12-24
26235
황혼의 고백 댓글+ 6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4 12-24
26234
사랑 댓글+ 4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5 12-24
26233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5 12-24
26232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6 12-23
2623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3 12-23
26230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8 12-23
26229
댓글+ 4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9 12-23
26228 하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12-23
26227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6 12-23
26226 이면수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5 12-23
26225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9 12-23
26224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2 12-23
26223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2 12-23
26222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8 12-22
26221
구설수 댓글+ 2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0 12-22
26220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1 12-22
26219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6 12-22
26218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9 12-22
2621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1 12-22
26216 라꾸까라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6 12-22
26215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8 12-21
26214 훈0백은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0 12-21
26213
동백꽃 댓글+ 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5 12-21
26212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6 12-21
26211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2 12-21
26210
마지막 잎새 댓글+ 2
달래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0 12-21
26209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6 12-21
26208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3 12-21
26207 라꾸까라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8 12-21
26206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7 12-20
26205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1 12-20
26204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2 12-20
26203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6 12-20
26202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4 12-20
2620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3 12-20
26200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7 12-20
26199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6 12-20
26198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8 12-20
26197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8 12-20
26196 라꾸까라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7 12-20
26195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4 12-19
26194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0 12-19
26193 우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12-19
26192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3 12-19
2619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9 12-19
26190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12-1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