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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驛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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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03회 작성일 25-01-29 10:08

본문

고양이 驛長


아이즈 와카마츠역에서 오오치주쿠 역참마을에 가는 도중 키시역이라는 작은 시골역이 있다. 

기차가 잠깐 멈출 때마다 삭아가는 벤치 위에 적막의 무게가 차가운 햇빛에 섞여 날로 무거워진다. 

역 주위에 岳山이 발돋움하여 키시역을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듯, 하지만 금방 화강암의 방향을 180도 바꿔 계곡으로 깊이 상흔을 파며 청록빛 침엽수들이 몽롱한 심연 너머 고공으로 상승해 간다.  

  

구름이 소곤거리기라도 하는지 어느 겨울 한낮 해가 잿빛구름 사이로 드러났다가 가리워지는 때였다. 낡은 역사에 바람이 모이다가 눈발이 텁털한 감주 한 잔만큼의 무게로 검은 편백나무 처마에 툭 툭 사선으로 속삭이는데, 매실 장아찌처럼 시큼하게 살 찌고 눈이 영롱하게 노란 고양이 타마가 키시역의 역장으로 취임한 것이 무려 17년 전이라고 한다. 비만한 고양이는 역장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의자에 앉아 주어진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잠에 든다는 것이다. 


벌써 고양이 역장은 이대째라고 한다. 키시역은 고양이 한 마리가 천형의 자리에 앉아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다. 기차에 탄 사람들은 쏜살같이 시간의 종착역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고양이들이다. 가만히 정지해 죽음을 기다리는 고양이와 쏜살같이 달리며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고양이들. 고양이 역장은 침묵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고 기차 안 고양이들은 제각기 다른 꿈을 꾸며 이것을 다른 언어들로 치환해 서로 떠들어대고 있다. 내 자리 맞은 편에 앉아 서로 마주보는 암고양이 한 마리가 七絃琴을 조용히 울린다. 처연한 비단 위에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악보의 꿈을 그릴 수 있다고 떠든다. 주렁주렁 보석들로 치장한 고양이 한 마리가 새침떠는 암고양이의 넓적다리를 어루만진다. 이때 오니기리를 입안 가득 넣는 것은 적인 체험이다. 세포 구석구석까지 찝찔한, 쌀알처럼 단단한 고통이 퍼져가는 험악한 풍경. 끊어진 줄처럼 기차 속도가 더 빨라진다. 점점 강해지는 공기 압력이 고양이들의 대가리를 하나 하나씩 터뜨린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가보지 못했지만
시인님의 행간을 따라가며 아름다운 상상들을 길어 올리고 있습니다.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시,
참 좋네요!

남은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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