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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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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60회 작성일 21-11-30 11:10

본문

추우秋雨/ 백록

 


  

신축辛丑이 쓴 소설의 프롤로그는

대체로 흐리멍덩한 문체였다


가을의 끝자락을 타고 내리는 빗줄기

가랑 가랑거리는 건

지난날의 어수선한 색들을 씻어내리는 거다

이윽고 하얗게 붓질하려는 거다


축축이 낙엽 밟히는 근심거리로 전설의 추우騶虞가 언뜻 읽힌다

흰 소인 듯, 검은 호랑인 듯

이참에 아직 살아 있는 풀들을 보듬어주는

족적들만 어슬렁거렸으면 좋겠다

 

쌀쌀한 들녘으로 소설의 줄거리가 비친다

에필로그를 향한 막바지에서

갈무리의 추우가 나린다

추적추적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치명적인 날 / 백록


오늘은 11월 마지막 날
절기는 소설小雪인데도 아직 눈은 아니 오고
대신 찬비가 냉혹하게 추적인다
덩달아 칼바람 후려친다

지나치는 무심코의 발밑으로 마구 짓밟히는 신음들
목숨 부서지는 아우성들 야단법석인 가운데
이명을 파고들며 뒤섞이는 소리
달팽이관 근처를 웅성거리는
귀신들 곡성哭聲이로다

언뜻, 오늘의 기시감 같은 지난날
치명자산致命者山*의 젖은 낙엽을 밟으며
수행자처럼 오르내리던 그림자 하나가
망막을 쓰윽 지나치는데
순간, 아차에 부딪친다


---------------------------------
*전주시에 위치한 중바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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