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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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
하늘시
간절했던 열 달 못 채워서 꼬박,
그 한마디
손가락 발가락 다 있나요
첫 고백의 물음표는 24시간 진통을 탯줄로 잘라 놓고
미숙한 인큐베이터 온 몸, 속싸개 베냇저고리 거부 하던 날
황달을 치료하는 광선을
햇살이라고
곧 다시 세상을 밝혀 줄 태양이 될 거라고
붉은 엽록소 한 가득 담은 모정의 푸른 심장
신생아 면회실 유리벽에 칠하고 덧칠하기를
커튼 눈 젖히고 투명하게 적어 놓았던
작은 호흡 읊조리며 푸른 시를 읽고 있는 내 영혼의 맑은 잎사귀
하나, 둘, 셋, 넷, 다서, 여섯.....,
꼼지락 꼼지락
스무개의 경이로운 기적을 확정하고 확정하기를 수십 번, 수백 번
*바다를 먹물삼고 하늘을 두루마리 삼아
닦아도 퍼 내어도 넘치기만 하던
눈물의 감사장을 기록하던 그 하얀 생명
물음표의 답이 된 기적의 일상을 지우지 않을려고
태양이 되어가는 실한 손가락을 수시로 비벼대는 볼에
해가 조금씩 닳고 있지만
갱년기는 사춘기에게 질 수 없다는 해바라기 투쟁
사춘기는 갱년기를 반드시 이겨 먹는다는 식성좋은 그 놈
승리의 혼불을 켜고
케잌같이 달달하게 주름지는 엄마를 훅, 불어 꺼 버린다
꼼지락 꼼지락 촛농 녹아
궁시렁 궁시렁 떨어져도 좋은 날
하늘이시여
확정되고 확정 된 우주만물 깃든 선물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성경구절 인용
댓글목록
선돌님의 댓글

저 스스로 제 자신의 영혼을 생각할 때
영하의 기온보다
차갑다 느끼는데..
오늘, 이 시를 대하며
저도 꼽사리 끼여
억지로나마
따뜻해져 봅니다
아마도 기독교를 신앙하시는듯
저는 무종교라서 (심정적으론 불교에 기울어 있지만)
뭐, 종교가 그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석가, 예수 공히 설파한 것은
자비와 사랑인 것을..
감사하는 삶
그것을 꽃향기 같은 숨결로
변용시키는 시심에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美的 차원으로 승화시킨
對象과 意識의 조화
시인의 심정이 밀도있게
그려졌네요
좋은 시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오늘이 그 아이 생일입니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사춘기를 겪고 있는데
모든게 감사하다는 추억을 소환하며
기념으로 적어본 글입니다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바리움님의 댓글

오래전 500그램의 기적을 보았습니다.
상자 속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그 아이가 벌써 초등학생이 되었네요
머물다 갑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같은 맘이라 여기니
더더욱 귀한 선물에 눈물이 맺히네요
다녀가신 발걸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