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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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호수
콩코드숲에서 그대 한 겹 추위와 그 안에서 재재바른 옷을 벗는
반짝이는 물비늘과 벌거벗은 세이렌들 목각인형은
바르르 썩어가는 나선형
물결 안에서,
청록빛 덩어리 투명한 수면 아래 모래알들
그대 어디까지
이 그리움 바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사마귀 한 마리 내 앞에 와 무릎
위로 기어오르려 하는,
더듬이 속은 오월도
칠월도 아닌 시월이라
내 망막 위로 쏟아져 내리는 시린
햇살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진홍빛 단풍 주고받는
그 조그만 소리 새하얀 바위 위에
새겨진 글자들 네 이름
너무나 멀어 내 망막 안 그 글자들 언젠가
움직이려나
썩어가는 향기 오가는 물결 아주 오래 전 호수 저편.
댓글목록
몽당연필님의 댓글

* 이 밤, 월든호수에 서성이다
졸 글이지만 시인님께 띄워 보냅니다
不如歸/몽당연필
차라리
돌아가지 말 것을
물가에 앉아
반짝거리는 모래알
출렁거리는 잔물결
접었다 폈다 만지작거리다가
돌아오는 길섶에서
차라리
그 호숫가에 빠져 죽고 말 것을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주 아름다운 시네요. 즐겁게 감상하였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

이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사색에 잠기고 또 잠겼을 것을 생각하니,
내 마음이 다 깊어집니다.
좋은 책을 읽으셨군요.
그리고 좋은 자연의 풍경을 마음에 심으셨군요.
시는 이렇게 또 태어나구요.
정말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그제 월든호수에 다녀왔습니다. 책이 인상 깊어서 일부러 찾아갔는데,
아무도 없고 그저 호수물만 투명하게 찰랑이더군요.
색채와 정적과 파란 물만 가득한 천지에서 거닐다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