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리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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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리어카/몽당연필
출근길
할머니의 리어카가 비틀거린다
배와 사과와 포도는 하느님이 걷어가시고
밤거리의 짐승들이 허기를 채우고 버린 껍데기를
할머니가 동트는 새벽까지 줍고 있었다
키로에 백오십 원
등 굽은 할머니가 우룡산 깊은 골짜기를 싣고 아침을 끌고 간다
아침 햇살이 위험천만하게 비틀거린다
깜빡이도 없이 앙상하게 말라빠진 수척한 생이 방향전환을 한다
빗물에 불어 터진 골판지가 명태 국물 같은 아침을 끌고 간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할머니의 골판지가 명태국물 같은 아침을 먹고 있네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끄럽습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어제 동사무소에 볼 일이 있어 아침에 들렸는데
어느 젊은 아빠가 딸내미와 함께 선물꾸러미 여나문 개 살짝 놓고 도망치듯 가더군요
메모지를 보니 어려운 노인네들에게 드리라는 손글씨가 정성껏 쓰여있던데
제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몽당연필님의 댓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알면서도
늘 물욕으로 가득 찬 제가 부끄럽습니다.
퇴근 후
거울 같은 시인님의 시를 통해
제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건필하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