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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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장甲長 / 백록
뜻풀이로는 천간天干의 첫째
甲의 우두머리인데
사실은 육십갑자가 같은 동갑내기들이다
정유년에 이 세상으로 기어 나온 붉은 닭들인데
어느덧 희끗희끗 시들시들하다
어제는 마침 잔칫날
갑장의 막내딸이 시집가는 날
이날은 얼핏, 아직도 옛 풍속이 희미하게나마 남은
고향마을의 풍경이다
길일이라 그런지 동안의 애매한 거리조차
다행히 느슨해지던 날
한가운데 밥상머리에선 옛날 같지 않은 수탉들 술을 주고받으며
꼬꼬닭 꼬꼬닭 왁자지껄이다
물론, 개중엔 웬수의 꿀 같은 술을 마지못해 끊어버린 친구도
몇몇 있었지만,
마당 한켠에선 멍석 위로 윷가락를 던지며
모여 윷이여 야단법석이다
이리저리 눈여겨보노라니
불현듯, 일찍이 세상을 떠나버린 갑장의 초상들이 얼씬거린다
그 처자의 그림자를 밟으며
그 동생이며 친척들의 닮은 모습에서
죽은 이름들이 쓰윽 지나친다
우리보다 훨 젊은 모습으로
순간, 술에 취해 아차 싶은 혓바닥으로
‘어이, 갑장 오랜만일세’
헛소리 기어 나오다 말았다
저도 모르게
헐!
댓글목록
희양님의 댓글

갑장은 정겨움이 색칠을 하지요
끈적해도 좋을
한 때의 아름다움이라 하더군요
어떤이는 팔십에 13명의 갑장 절친들을 다 보내고 여백의 시간을
한숨으로 닦았다지요
술 한잔에 해학이 깃든 시편 즐감했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우리도 시골 고향 갑장이 24명이었는데
벌써 셋은 이승을 떴고
둘은 행불이네요
아직은 우글거립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