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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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창회 / 백록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어느덧 시월의 끄트머리
오늘은 올해 들어 처음
간만에 모이는 서귀포지역 동창회다
그동안 거리 두기에 여념이 없었을 터
그새 부쩍 늙어버린 노고지리들
열다섯 마리면 제법 모인 셈
출석부 체크는 QR코드가 대신하고
어느새 고딩의 시간이 되어 조잘조잘 지저귀는가 싶더니
잠시나마 혼술의 고독을 삼켜버린 술잔의 부리들
홀짝 홀짝거리는가 싶더니
혓바닥마저 꼬부라져버렸다
검은돗괴기 씹으며
벌컥벌컥 한라산을 들이키다 보니
도로 늙어버린 노고지리들
거듭 더해지는 차수를 따라
밤을 새우며 울었다
댓글목록
몽당연필님의 댓글

회포라는 단어가 어울릴지는 모르겠으나
흉금 없는 시간이 되었길 소망해 봅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회를 포로 뜨진 못했으나
간만에 만나다 보니
속내로 울컥
흉금을 울리는 시간이긴 했습니다
희양님의 댓글

동창들의 모임을
김태운 시인의 맛깔스런 철심으로 긁으니
때깔이 곱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숫자가 떨어진단 것이
우리들의 아픔입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내가 나를 보며 만나는 모임입니다만
그나마 젊은 추억 떠올려보지만
역시나 쭈글쭈글한 행간들
거리 두기가 확 풀린 듯하지만
안심하기엔 아직이라는데
아무튼 건강이 최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