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대한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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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대한 사설私說 / 백록
가을이 간다고
가을이 벌써 떠난다고
여기는 어느새 거무스름해진 섬
희끗거리는 억새꽃들
어욱어욱 울고불고
사람들 야단법석이다
지나치던 노루
한참을 귀 쫑긋 세우더니
이윽고 억억거리더니
가을은 애시당초 이 세상의 족보에 없던 계절이라는데
구별하기를 즐기는 당신들이 여름과 겨울 사이를
억지로 갈라놓은 거라며
머잖아 겨울을 건너는 경계
그 봄을 보면 분명해진다는데
도무지 무슨 소린지
귀눈이 왁왁허다
어리석은 인간들
정체도 없는 계절을 놓고
그토록 울었단 말인가
새 옷을 입으려고 헌 옷을 훌훌 벗어던지는 나무들의
희희낙락거리는 소리가 안쓰럽다며
늙은 뿌리를 보듬기 위해 스스로 밟히는 낙엽의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서럽다며
하 잘난 인간들 그토록
시몬을 불렀단 말인가
가을이 벌써 떠난다고
가을이 간다고
댓글목록
달래강님의 댓글

맞습니다!
가을과 봄의 경게가 확실치 않은 요지음입니다.
그래도 가을은 가을입니다.
언제나 처럼 마음을 깨우치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김태운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맞습니다
가을은 가을이지요
조석으로 차갑습니다
겨울을 맞기 위한 훈련으로는 딱입니다
ㅎㅎ
방문, 감사합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그럴싸한 사설이십니다.
허나, 춘, 하, 추, 동은 제 조상님께서 태초에 빚으셨답니다. ㅎ ㅎ
가을을 보내는 마음에 동참하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시절이 하 수상한지라
계절도 덩달아 수상해지는가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