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진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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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진쌀
몽당연필
쌀이 떨어졌다
카톡으로 날아온 아내의 메시지
찰진쌀이란다
마트에서 십 킬로짜리 포대를 배달시키려는데
배달이 몇 포대란다
어쩔 수 없이 끼니때에 맞춰 어깨에 짊어지고 대문을 두들겼다
어느 날 잔업을 하고 있는데 아내로부터 카톡이 왔다
쌀이 다 떨어졌단다
뭔 쌀이 벌써.....
불평을 늘어놓자
또 찰진쌀이란다
성깔머리 뾰족한 본부장 같은 잔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등골처럼 굽은 사타구니 사이로 찬바람이 숭숭 기어들어오는데
나도 찰지고 싶다는
누군가의 기억에 떠오른 별이 되고 싶다는
바가지로 죽 끓이는 아내의 찰진쌀이 되고 싶다는
문득 초라한 그리움 하나 발뒤꿈치로 흘러내렸다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류의 생활시를 선호하는 편인데,
너무 좋습니다.
생활이 곧 시가 되는 이 경치를 바라보는 제 마음이 훈훈해지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몽당연필님의 댓글의 댓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김태운님의 댓글

찰진쌀이 찰진 그리움으로 익힙니다
평범치 못한 성깔머리의 너무도 평범한 후회 같은
그럴수록 더 힘 내시고...
휜 사타구니도 쭈욱 펴시고...
바가지가 그리울 때도 된 거겠지요
ㅎㅎ
몽당연필님의 댓글의 댓글

시 보다 시평이 더 힘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시인님^^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