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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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니
보기 좋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고 떠드는 저들
썩거나 빠지거나 어긋난 이 없이
도란도란 모여 밥을 먹는 모습에
입을 꾹 다물고 돌아선다
왜 이렇게 됐을까
큰놈이건 작은 놈이건 하루빨리
번듯하게 살 생각은 안 하고
늘어난 허파에 바람 채우기 바쁘거나
나를 끌어들여 서로 싸워대는 동안
울타리 같은 이빨이 전부 뽑혀 나간 걸
저놈들이 알기나 할까
어느 때라도 순한 양 떼처럼
자식 손주들이 몰려와
오순도순 둘러앉아
밥이나 함께 먹었으면,
틀니를 끼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을 텐데,
허물어진 울타리를 일으켜 세울 텐데
댓글목록
몽당연필님의 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불효자의 넋두리,
핑계에 불과하지만
부모와 자식 간에도
섬 하나 두고 서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이자
자식인 제가 부끄럽네요.
김진구님의 댓글의 댓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역시 몽당연필님과 같은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