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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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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0회 작성일 21-10-23 09:58

본문

상강霜降 / 백록


 

 

이승의 도솔천 영실에 오르면

이 섬에서 환생한 오백나한들이 병풍처럼 펼친 대장경을

묵직하게 암송하고 있겠지

수천 년이 넘도록

이제나저제나


이맘때쯤이면

죽어가는 구상나무와 이미 죽어버린 주목들이 앞다투며

서리꽃 새하얗게 피웠겠지

동안거의 등신불이 되어

 

상고대의 이름으로 피고 지고

그럭저럭 이 계절을 버티고

춘향의 굴메 그윽하게 비칠 즈음이면

이 오름 저 오름 헤메던 청노루 한 마리

눈 비빌 때쯤이면

그 주변머리로 붉은 말씀들

참꽃이네 개꽃이네

수두룩 퍼뜨리겠지

 

졸졸, 녹아내리는 계곡으로

천상의 고즈넉한 울림과 더불어

얼씬거리는 산새들

그새 조잘조잘

야단법석을 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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