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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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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순례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5회 작성일 21-01-19 04:36

본문


숲이 잠드는 소리가 들린다

새들이 날개 멈추는 소리와 바위에 눈가루 스며드는

고요한 소리가 바람을 재운다

예전엔 이 언덕에서 여우가 무덤을 파헤치곤 했다는데

1903호 가족은 심야深夜에 무슨 작업을 하는 걸까

천정을 긁는 소음이 K노인의 늑골을 후빈다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노인은 역사의 주문呪文을 외우며 잠을 청하다가

멀리 로마의 일곱 언덕을 거닌다

트로이의 목마가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에 상륙한다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은

천 개의 고원에서 펄럭이며 뿌리를 퍼뜨리고

마침내 서울 명동에 와서 수면제로 숨을 거둔다

그 서울의 고층빌딩 꼭대기에서 1층까지

노인은 깜깜한 계단을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

이런 밤에는 외롭게 살다 떠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이상하게도 여우가 그립다

여우에게 홀려 잠든 숲에서 길을 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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