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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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빛나는 강물처럼 오는 것,
한 그루 숙명을 짊어진 채 걷는 들판에선.
말간 별 아래 초원의 풀을 뜯던
누의 새끼를 찢어버린 사자의 이빨은 아득하고
피의 기억은 사방에서 몰려오곤 하지.
어린 것들의 피 묻은 초원을 뒤로하고
건너야 하는 건 강물만이 아니지.
우리의 마음을 죄어 오는 저 불안의 강을 건너야만 해.
우리가 싸워야 할 건 악어 떼만은 아니지.
함부로 울지 말라는 말, 또 꽃잎처럼 웃으라는 그런 말들.
바오밥나무 아래 어떤 위로도 거부하는 누처럼
이 모든 슬픔을 해질녘 짐승에게 먹이로 줄 거야.
행복을 찾아 밖으로, 또 안으로 뛰어가란 말은
진심을 쏙 빼낸 위장술이지.
그러니 흔들리는 갈대의 안팎으로 생채기 난 행복.
생각해봐, 오늘도 강은 악어처럼 우릴 기다리고 있어.
슬픔은 애오라지 견디는 거라고.
삶은,
조용히 강을 건너는 누의 자세만을 남기는 거라고.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하늘이 말간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저를 내려다보는 토요일 오후,
부두에서 바라다보이는 저 윤슬은 사자의 이빨과 악어떼를 건너온 누의 발굽일까요.
누의 거센 갈기처럼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옷섶을 파고듭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귀한 말씀 잘 새기겠습니다.
부쩍 추운 겨울입니다.
건강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