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보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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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초입 솔방울 눈 총각의 건어물 가게, 멸
치, 굴비, 오징어, 한치, 새우, 홍합, 황태...
생각나네. 어린 굴비들 줄줄이 엮여 새끼줄 단
단히 잡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는데... 재잘거
리는 유치원 어린이처럼...
회사에서 탁구 치고 해거름녘에 들렀던 생맥
주집, 충청도 아줌마, 생각나네. 통닭에 튀김
가루, 후춧가루, 맛소금, 우유 듬뿍 바르고 식
용유에 갓 튀겨낸 통닭을 내놓으시며 활짝 웃
으시던...
튀밥이요, 뻥-, 시장 앞 공터 하늘 높은 곳에
의젓이 앉아 튀밥 기계를 돌리시던 영길이
아저씨, 생각나네. 쌀, 보리, 옥수수, 콩, 귀리,
누룽지, 말린 고구마... 뭐든지 들어가면 꿈만
큼 부풀어 올라 커졌던 ...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삼삼오오 짝을 지
어 떠들어대며 먹던 폭신폭신한 하얀 찐빵, 생
각나네. 그때 보았던 얼굴 갸름한 까만 눈의
단발머리 여학생. 아마 지금쯤은 어느 님의 귀
부인이 되었을...
부어라, 마셔라, 밤이 새도록, 젓가락 두드리
며 마셨던 막걸리집, 생각나네. 그때 불렀던
그 노래, "나 태어나 이 강산에 투사가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길 어언 삼십 년, 무엇을 하였
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칠보장터 십리길, 꽃새 우는 새벽길, 무엇이
그리웁고 무엇이 서러운가? 무엇이 잊혀지고
무엇이 남았는가? 장터길 굽이굽이 빨간 봉선
화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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