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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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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회 작성일 25-01-14 07:25

본문

장터 초입 솔방울 눈 총각의 건어물 가게, 멸

치, 굴비, 오징어, 한치, 새우, 홍합, 황태...

생각나네. 어린 굴비들 줄줄이 엮여 새끼줄 단 

단히 잡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는데... 재잘거

리는 유치원 어린이처럼...


회사에서 탁구 치고 해거름녘에 들렀던 생맥

주집, 충청도 아줌마, 생각나네. 통닭에 튀김

가루, 후춧가루, 맛소금, 우유 듬뿍 바르고 식

용유에 갓 튀겨낸 통닭을 내놓으시며 활짝 웃

으시던...  


튀밥이요, 뻥-, 시장 앞 공터 하늘 높은 곳에 

의젓이 앉아 튀밥 기계를 돌리시던 영길이 

아저씨, 생각나네. 쌀, 보리, 옥수수, 콩, 귀리, 

누룽지, 말린 고구마... 뭐든지 들어가면 꿈만

큼 부풀어 올라 커졌던 ...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삼삼오오 짝을 지

어 떠들어대며 먹던 폭신폭신한 하얀 찐빵, 생

각나네. 그때 보았던 얼굴 갸름한 까만 눈의 

단발머리 여학생. 아마 지금쯤은 어느 님의 귀

부인이 되었을...  


부어라, 마셔라, 밤이 새도록, 젓가락 두드리

며 마셨던 막걸리집, 생각나네. 그때 불렀던

그 노래, "나 태어나 이 강산에 투사가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길 어언 삼십 년, 무엇을 하였

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칠보장터 십리길, 꽃새 우는 새벽길, 무엇이

그리웁고 무엇이 서러운가? 무엇이 잊혀지고

무엇이 남았는가? 장터길 굽이굽이 빨간 봉선

화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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