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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기억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64회 작성일 20-01-09 11:24

본문

기억 / 백록


 
소설 대설 설설 기다리던 눈은 아니 오고
우중충한 날
여기는 나의 요람이자 무덤 같은 윗새오름의 초입 어리목입니다
소한을 지나 대한으로 가는 길목
어쩌다 날갯짓은커녕 걸음조차 뒤뚱거리는
늘그막의 까막새 한 마리
흐리멍덩한 생각으로 희끗한 각막의 기억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노릇한 청노루와 함께 하얗게 뛰어놀던
거뭇한 청솔들 앞다투며 하얗게 분칠하던
따라 붉어지던 눈망울이며
따라 빨개지던 콧잔등이며
온통 하얗게 얼어붙던
서리서리 서리꽃들
얼핏과 설핏 사이
전설의 고향으로 오버랩 되던 상고대
그 라임이 버거워 부러지듯 필름이 뚝 끊기더니
비비적거리던 영상도 어느새 까마득해지더니
흐릿한 눈엔 지난날 하얀 생각들만
펄펄 그립답니다
이를테면, 하얀 면사포 속 하얀 순결 같은
며칠 후면 새날에 다시 설
설날이라며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금년 겨울 눈은 멀리 떠난듯 싶지만,
그곳의 풍경을 생각하며 아름답게 묘사 하셨습니다.

눈은 분명 기억하고 있겠지요
히얀 세상을 만들던 스스로의 위상을...
건필과 평안을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올해는 참 눈구경하기도 힘들군요
어지러운 세상
눈이라도 펄펄 내렷으면
시원하겟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옥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겨울 가뭄이 오래가나 했더니
어제 비가 내려 나무들이 허기를 좀 채운듯  합니다
거뭇한 청솔들을 본 기억도 아련합니다
요즈음은 통 볼 수가 없으니
올 설엔 하얀 순결 같은 눈이라도 펑펑 쏟아 지면
좋으련만.....
눈 싸움 하던 먼 기억속을 헤매고 갑니다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의 기억이 어쩜 요람이라는 생각입니다
까마득한 옛날 같은...
세상이 하도 지저분해서
눈이라도 하얗게 묻어
싹 지워버렷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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