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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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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회 작성일 24-12-27 18:59

본문

신춘 




내가 태어나기 전 

천년을 견뎌낸 바윗돌도 부질없다고 

고개를 숙이고 해안가로 굴렀나 보다 


모래알처럼 조각난 자갈돌 

모서리가 사막처럼 가시를 돋우는 일몰 


낙타를 타고 떠나간 카라반들의 시취가 어스름 속에서 철썩이고 있다 


나는 그 비릿한 소금기 한 줌, 몰래 움켜쥐고서 

사다리게임을 즐기는 아이처럼 역사를 튀어 올랐다 

슈베르트의 송어처럼, 


구멍 난 호주머니 속 접어 둔 딱지 같은 사연들이 꼬리지느러미를 흔들자 

자갈치역 2번 출구에는 낯선 무인도가 고래등처럼 떠올랐다 


폐염전 같은 도심의 길거리에 내 유년의 카바이드 불빛처럼 푸른 시를 써 내려가며 

푸른 피를 흘리는 사람들 


겨울이 돼지껍데기처럼 무르익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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