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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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에게
시(詩)가 바람처럼 거리를 활보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천만인의 시(詩)가 되기를 바라서는 아니 되겠다.
항용 연필로 빈 종이를 가득 채우려고 해서도 아니 되겠다.
아니, 한 줄로도 읽는 가슴 환하게 밝힌다면 좋겠다.
우리집 창가 화단에 발 묻은 회향목을 흔들고 지나가는
얕은 바람 정도의 온기여도 좋겠다.
무슨 어려운 말 하나 보태지 않고도
내 유년의 아랫목 데우던 어머니의 자장가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
그 때 접히고 못난 생을 무두질하던 다리미가 되었으면,
부엌 아궁이에 쟁여 넣은 나무 동강이들이
사위어가듯 그렇게 조용히 잉걸불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명의 시인이 쓴 무명의 시(詩)라 할지라도
그저 저문 마음에 한 줄기 노을이 될 수만 있다면,
읽힌 후 찢기고 구겨져 휴지통에 무심히 던져질지라도
누군가 읽은 구절 외우며 유유히 산책이라도 한다면,
좋겠다.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온 스승과 제자가 숯불 위에 구워 먹던
전어처럼 한 줌 고소함마저 내어준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시인님의 순수한 원의가 저의 하늘에 노을로 걸렸네요.
늘 건필하시고 문운이 가득한 새해 되소서.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늘 감사드립니다.
새해 더욱 건강 , 건필하시길 빕니다.
시에 대한 저의 소망이랄까,
그런 작은 마음들을 그려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옥순님의 댓글

무명 시인이 쓴 무명시 라 할지라도
그저 저문 마음에 한줄기 노을이 될 수만 있다면 ....
매사에 욕심을 내지 않고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는 저에게
시인님에 시는 깊은 위안을 주시네요 ^^
감명깊게 읽고 잘 머물다 갑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시가 늘 그랬으면,
하는 평소 제 마음입니다.
삶이 그러해야 하듯이.
건강한 겨울 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