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항성당 가는 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동항성당 가는 길
관절이 낫처럼 꺾인 겨울밤
바람은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고
나는 이름 없는 섬이 되어
쓰레기처럼 대양을 떠돌았다
너울이 칼춤을 추며 섬을 삼키듯 달려들었고
등댓불이 어둠의 실루엣을 벗기는 시간
새하얀 비둘기가 여명처럼 심장에 둥지를 틀었다
적기,
붉은 모래가 사철 불어오는 마을에 갔다
주말이면 23번 버스를 타고 낙타처럼 사막을 횡단했다
올가미 같은 십자가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
사막포도를 전갈처럼 기어오를 때면
추깃물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날갯짓하듯 내 망막을 휘저으며 파고 들어오는 빛줄기들
영원할 것 같지 않은 영원의 메아리가 고동칠 무렵
팔 벌린 당신의 환대
그 품 속에 수인처럼 갇혔다
고해를 하고 보속을 받고 나오는 죄인처럼
멀리 바다가 보이는 풍경 속으로
멸치 떼가 군무를 추듯 백파를 일으키고 있었다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팔 벌린 환대 속에서 한 방울 반짝임으로 안식을 얻는
시인님을 상상해 봅니다
멸치떼가 군무로 백파를 일으키는 눈부심의 행로가
줌인으로 다가 오는 동항성당 가는 길 잠시 걷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