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공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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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드는 공장에서
얼마나 많은 바람들이 다녀갔을까.
속도삼각형은 바람을 계산하고
절단기와 용접기는 바람을 만들고
통풍관은 바람을 시험하고 또 시험하고,
그런 날들은
청설모에게 도토리 던져 편지를 보내던 상수리나무와 함께,
손잡고 흘러갔지.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는
말씀을 읽던 어느 오후
푸성귀 무성한 공장 뒤켠 이팝나무 아래서
바람이 데리고 온 詩를 만났어.
하루의 일을 마치고
공장 화단의 동백, 느티나무, 벚나무, 능소화, 천리향, 영산홍.
어린 것들에게 호스 물을 뿌리던 이른 저녁이 오면
바람은,
詩를 지키고
이팝나무와 함께 시인을 키우고
詩를, 물수제비처럼 퍼다 나르곤 했어.
그때,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던 횃불의 무더기,
그리고 바람과 함께 했던 웃음과 울음까지도.
내 어여쁜 사람,
이팝나무 꿈꾸는 강가에 서서
바람의 詩를 나직이 읊조려 봐.
아마도 바람의 웃는 모습이 보일 거야.
댓글목록
정동진님의 댓글

물수제비처럼 시를 퍼다나르는 바람을
시인님은 제대로 맞으셨네요
시는 여러번 읽고 싶어져야 시라던데ᆢ
읽고 또 읽게 되네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다정하신 말씀 감사드립니다.
시를 자주 쓰진 못하지만,
마음만은 늘 시마을 뜰을 거닐고 있습니다.
추운날 건강하시길 빕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제목부터 신선하더니
시도 예쁘게 잘 지으셨네요
편안히 머물다 갑니다.
좋은 저녁 시간 되십시오.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생업에 바빠서 지금에서야
올려주신 말씀을 읽게 되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