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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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기
이쪽에서 저쪽으로 날아가는
새들의 다리가 길게 놓아지고 있다
그동안 철새 떼가
전깃줄처럼 줄지어 날아다녔었다
밤늦도록 지워지지 않는
간판 불빛을 내려다보다가 취한 듯
이따금 휘청거리는 달
철새 떼에 지워진 나만의 그림자
저 기억으로 들어갈 수조차 없으면서
간밤 은하수에 박힐 뻔해
백지장처럼 창백한 낮달을 올려다본다
잠 속에서는 배울 것 하나 없어
잠 밖으로 빠져나오니 스산한 하늘
새벽 어스름 옷자락을 물고 있다
억새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낮 동안
저물고 싶지 않은 추억들이 속삭이다가
그녀가 마음을 도굴해 간 지 오래!
사랑의 국경을 함부로 넘어가지 못해
빗물처럼 아래로만 흐르고 있으니
비록 잎은 지더라도 사랑의 열매만은
알알이 맺혀 긴긴 겨울밤을 지펴 주고 있다
정민기
이쪽에서 저쪽으로 날아가는
새들의 다리가 길게 놓아지고 있다
그동안 철새 떼가
전깃줄처럼 줄지어 날아다녔었다
밤늦도록 지워지지 않는
간판 불빛을 내려다보다가 취한 듯
이따금 휘청거리는 달
철새 떼에 지워진 나만의 그림자
저 기억으로 들어갈 수조차 없으면서
간밤 은하수에 박힐 뻔해
백지장처럼 창백한 낮달을 올려다본다
잠 속에서는 배울 것 하나 없어
잠 밖으로 빠져나오니 스산한 하늘
새벽 어스름 옷자락을 물고 있다
억새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낮 동안
저물고 싶지 않은 추억들이 속삭이다가
그녀가 마음을 도굴해 간 지 오래!
사랑의 국경을 함부로 넘어가지 못해
빗물처럼 아래로만 흐르고 있으니
비록 잎은 지더라도 사랑의 열매만은
알알이 맺혀 긴긴 겨울밤을 지펴 주고 있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한 편의 시가 명상록처럼
읽혀지고 있습니다.
정민기09 시인님!
정민기09님의 댓글의 댓글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