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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얼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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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4회 작성일 24-12-10 01:32

본문

물가에서 우리는
이별을 했다
환삼덩굴처럼 서롤 칭칭 감고있던
손을 놓아주었다
가시돋힌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말하고
흐르는 강물에 서로를 흘려보냈다

억지로 꿈을 붙드는 것
찬란한 열매를 만들어 내야한다는 목적과
도시의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강물은 얼굴이 없다
강물은 그 무엇도 만들지 않고
그저 맑게 흐르기만 할 뿐
날아든 청둥오리떼에게도
창포꽃들과 수양버들에게도 물안개에게도
무엇이 돼어야한다고 다그치는 법이 없다

어쩌다 끝까지 흐르면 그것이 바다요
멈추면 호수가 될 뿐
우리에게 무엇이든 돼어야한다고
강요하는 법이 없다

더는 무엇을 꿈꾸지 않아도 되는 강물
그곳에서 나는 나와 이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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