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바깥(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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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바깥
사과의 바깥
움푹 파인 곳에 이르면
수없이 다녀간 바람의 발자국이 보이고
그들의 계절을 노래하던 새의 안부가 들려옵니다
과도에 잘려나가는
껍데기 주위 날벌레들이
농산물시장을 소쿠리째로 물어왔고요
밤이 되어
비스듬히 이불을 덮은
시린 사과나무 밑동이 풋잠을 청하면,
끼니를 거른 한 무더기 별들이
한낮에 절여 놓았던 배추를 다독이고
마당의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가지에 걸린 빨래들을 조용히 내려놓고 있습니다
어느덧 소쿠리에 쌓여 소복한 바깥들,
별빛과 바람과 푸성귀의 숨결에 버무린 계절과 함께
또 열어 젖힌 늑골 안 더운 숨과 함께
시래기국처럼 끓고 있고요
더욱 벼리된 과도는,
밤을 새워 생의 안쪽을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사과의 바깥에서 깊은 사유를 길어 올려주신 시
잘 감상했습니다.
제 생의 안쪽을 고민해 볼 때를 놓쳤는데 이제라도 고민해 보아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바깥과 안쪽,
생의 안과 밖,
인생과 시가 고민해야 할 영원한 숙제라 생각합니다.
항상 좋은 말씀 주시는 것,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