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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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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소리소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6회 작성일 23-12-07 13:38

본문


 

                                                                   최은영

   

한 남성이 얼굴이 상기된 채로 문을 열며,

 

속보요, 속보

외친다

 

우리도 다 보여

하얀 것, 빨간 것, 넘사스러운 것

티끌 한 터럭까지도

차마 그의 입을 막을 수는 없었는데,

그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기 때문이다

 

- 그래, 그 속보라는 게 뭐 요?

 

붉은 셔츠의 부장 놈이 청년에게 말을 건다

 

아까와는 다르게 멈칫하더니,

뭐라뭐라 웅얼거리면서 얼굴이 붉어졌다

 

“속보…, 속보라고요!”

 

읊조리다가 마침내 외쳤다

 

- 그래서 뭔 데?

 

궁금해진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그러니까!

사무실 뒷골목 포장마차 김 씨(54)가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이야기

그 포장마차 단골인 부장은 놀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나는 어쩐지 덤덤했다

사실 그 속보라는 것이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저 알만한 것 같았으니까

 

그의 해는 어찌 반대로 떠올라

전구 몇 개 만이 그의 하늘을 장식했다 

꽃 한송이 틔우지 못한 것이 다행인 즈음

김 씨에게서 나는 무엇을 본 걸까?

 

이에 낀 고춧가루 빼며

능청스럽게 아버지라 부르면

그는 조금이라도 챙겨주는 듯했는데

 

음식물에서 머리카락이 나와 쩔쩔매다가

돈이 없는 사람에겐 인상 쓰며 껄껄 웃어대던

 

나는 그래서 언제나 필요한 양보다 조금씩 더 샀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비보(悲報)를 들을 줄이야

하긴, 내가 덤덤한 이유도 그의 구분 없는 생활상 때문 아닌가?


아직은 생사가 오락가락 하지만

안타까운 일만은 틀림이 없는 듯

부장 놈이 제일 괴로워한다

 

속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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