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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 숲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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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슬픈고양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1회 작성일 23-12-17 17:25

본문

숲길에 바람이 있다

바람이 영혼이 되어 속삭이다

속삭이듯 스치어 문득 깨달음

삶이란 원래 그리 박하지 않는 것

살아봐야 긴 것도 짧은 것도

화려한 것도 가난한 것도 아닌

그저 그런 기억 덩어리일 뿐

숲길 깊숙한 어느 곳에

난폭한 멧돼지가 살아

숲길 여기저기를 위협해도

사소한 조바심일진대

사려니는 포근했다


길은 길로 이어지고

이 숲 저 숲 산새 끼룩거리며

태곳적 주술을 되뇌면

갑자기 청아한 마음 두려움으로

그 괴기스러움 감추었던 쑥스러움 되어

아하, 이제야 내가 연약한 존재로세

가질 게 뭐 그리 많다고

어린 고사리손 움키듯 잡으려 했던가


사려니 숲길 그 심연 속에는

내가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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