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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노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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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8회 작성일 23-12-11 14:26

본문

정 노인의 이야기

 



 

마을 회관을 지나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왔는데 밥상은 끝이 나지 않았다

지루한 시래 국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옛날 남정네는 첩을 두고 살아도 큰 흉 거리가 아니었다고 얼레고 달래도

그만 잊을 때도 되었건만

자야 엄니는

국그릇에 담긴 넋두리를 떠먹고 또 떠먹는다

 

밤 보따리를 싸던 왕 돌 빼기

왜 그쪽을 더 잊지 못할까?

우뚝 솟은 바위에 숨겨둔 비밀이 있었던지

뭉툭한 코를 킁킁거린다

 

분칠한 새하얀 얼굴

그 미모에 한 수 접히고 쪽 찐 머리 풀어헤쳐 파마했을 때

그 꼬불꼬불한 머리들이 반란을 일으켰는지

영감님은 완전히 돌아앉아 버렸다고

 

처음부터 듣고 있던 밥상머리에는 죽어도

버리지 못한 것들이 반찬 되어 쩝쩝 씹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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