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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과 고양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1회 작성일 25-03-31 14:35

본문

         - 구석과 고양이 -


구석에는 달만 뜬다

구석에 악착같이 파고드는 바람의 손

안심을 차곡차곡 쌓아 둘 수 있고

그림자를 내려놓을 수 있어 좋은 곳

수줍음을 꺼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곳처럼

내성적 일수록 구석을 찾는다

 

버림받아 보이는 고양이가 구석에 있다

아늑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듯 보였다

구석에 숨은 고양이는 찾지 못한다

구석이 철저하게 숨겨주기 때문이다

구석을 빠져나오기 싫어하는 고양이

인기척만 있어도 발톱을 꺼낸다

버림 주던 검은 손이 떠오를수록

점점 구석으로 스며들고 있다

구석에서 악몽을 벗어버리고 싶었을 거다

고양이의 표정엔 먹구름이 가득하다

수치스런 지난 일들을 훌훌 털어 버리려

어디로 갈지 막막해 찾아온 구석

비상구처럼 여겼던 고양이의 눈빛

턱을 괴고 엎드려 있다가도 불안한 듯 고개를 든다

이곳이 사막이 아닌 게 다행인지 몰라

구석의 열쇠를 소유하지 못하고 드러났을 테니까

시련의 맛을 느껴본 것들은 구석을 잘 안다

때론 내 그림자도 구석을 찾아달라고 그랬다

편안함이 우글거리는 구석에서 고양이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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