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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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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89회 작성일 20-10-02 11:00

본문

어쩌다 / 백록

 

 

창밖을 서성이던 베란다의 시선이다

예전 같으면 꽤 북적거렸을 한가위 근처엔

누가 개 한 마리와 뛰놀고 있다

즐거이 혹은 쓸쓸히

 

문득, 저런 풍경 하나 곁에 없는 처지의 각막으로

쓸데없는 생각들만 잔뜩 들락거리는데

소크라테스는 이런 나를 두고 뭐라고 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나를 보고도 사회적이라 우겼을까

플라톤이 꿈꾸던 나라는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공자의 천성은 죽도록 어질었을까

맹자는 본래부터 선했을까

순자는 그 반대였을까

 

요즘 따라 킁킁거리는 코가 석 자로 자라는데

늘어진 세 치 혀도 더 자라 꿈틀거리는데

누구에게도 내보일 수도

한 마디 지껄일 수도 없다

흐린 눈알만 깜빡일 뿐

 

어쩌다 이 지경의 난 지금

까무룩한 까뮈가 되어

이방인의 시선으로 시지프의 신화를 떠올리며

홀로의 불평과 불만만 떠벌리고 있다

 

오늘의 시야엔 막상 빈틈없는 차들만 빼곡할 뿐

낯익은 그림자 하나는커녕 오가는 사람 둘이 없다며

한 하늘 아래 한 시간 거리에서도 피붙이 하나 만날 수 없는 신세라며

더 높은 천국을 오르면 그들을 내려다볼 수 있을까 중얼거리며

일찍이 저승으로 떠난 내 뿌리들도 사뭇 궁금하다며

운수대통하면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귀천한

어느 시인까지 만날 수 있을까 뇌까리며

 

마침, 갈까마귀 몇 놈 힐긋거리더니

까악 까악 날아간다


댓글목록

이옥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반갑습니다 ^^
어차피 잡념은 갈까마귀 몇 놈이 물고 갈테니
편안하게 지내 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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