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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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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0회 작성일 20-12-24 12:04

본문

리플리 증후군 / 백록

 

 

일출봉의 스펙트럼은 왜가리의 혀 놀림이다

빛은 자고로 백로처럼 하얗게

혹은 까마귀처럼 시커멓게

끊임없이 번지는 거다

 

스펙트럼 속 기생충은 마침내 거짓말 같은 역병을 창궐했다

빨강은 주황을 낳고 노랑을 낳고 초록을 낳고 파랑을 낳고 남색을 낳고 보라를 낳고

새빨간 거짓말은 끝내 보랏빛 향기를 낳았다

조를 쪼다가 콩을 쪼다가 제 눈알을 까먹으며

지놈이든 게놈이든 도긴개긴이라며

거품을 물고 게를 개라 우기며

거짓말 같은 거짓말들이 거짓말처럼 

마구 허우적거린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현미경으로 보는 새들은 시시때때 조잘 조잘거린단다

간혹, 까악까악 까부는 부리도 제법 비치지만

결국은 제 눈에 안경이란다

죄다 색색거린단다

 

어느덧 날개를 접은 나는 허구한 날 마스크를 낀 채

거짓말 같은 나의 본색을 감추고 있다

색색거리던 표정조차 앙다물고

떠벌리는 순간 감염이 된다며

홀로 둥지를 틀고 있다

지난 독새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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