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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피어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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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22회 작성일 20-12-25 07:59

본문

12월의 피어리드



​작년 보다 더 초췌해진 여인 

12월의 끝자락에 서서 창속에 갇힌 날 쳐다본다 

그 여인 거친 피부 속 빨갛게 뭉친 세월의 흔적 

아마도 연하의 나에게 연민을 느끼는가?

 

욕망과 교만에 폭삭한 난 

지독히도 

헐 벗고 찬 여인은 질색이지 

이 창문을 절대로 열 수 없지 

내 이미 

나의 세상을 망치고 이 창 속에 

날 스스로 가둬 놨건만 

되찾을 수 없는 내 한때의 푸르름의 유혹에 

또다시 침엽수의 하수 솔잎이 되라고?

 

그 예리한 바늘촉으로 이토록 변한 세상 속

난 어느 수(繡)도 놓을 수 없지 

수를 놓는 동안 세상은 더 천천히 실타래를 풀며

다 지나버린 세월...

하얗게 멍 때리는 노인은

흔들의자 위 시곗바늘이 되어 

12월이 찍은 피어리드를 바라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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