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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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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383회 작성일 21-01-04 02:28

본문

雪國




바위가 차갑다. 홍매화의 주홍빛 걸음이랑 대죽의 청록빛 침묵이랑 나와 함께 산길을 오른다. 얼음 안에 촛불이 밝혀진다. 비쳐나오는 것은 새하얀 료칸 지붕이 각혈해 놓은 교각(橋脚)의 흔들림이다. 무엇을 잇겠다는 것인지 입김 아래 침잠하는 교각은 까슬까슬한 촉감을 가졌다. 


그대 어디로 가 엎드려 죽으려는가? 고복나무가 높이 떠올린 가지를 떤다. 구름이 머무는 가지는 몸을 흔든다. 찌르는 듯 아픈 소름 위에 예리한 바람의 뼈를 이어붙였다. 그대 어디로 가는가? 발이 시리지 않은가? 손가락 하나 하나 얼어서 떨어지지 않는가? 그대 얼굴 반쪽이 떨어져나가 혼자 고복나무 정수리 위를 떠다니고 있지 않은가? 이미 그대는 죽어 그대 몸이 분해되어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오르막길. 


눈발이 계속 흩날려 하늘을 가득 매우는 하얀 점들의 난만한 움직임이 산을 감춘다. 은사시나무가 나직한 휘파람을 내게 불어왔다. 


나는 흐느껴 울었다.




   






댓글목록

미상님의 댓글

profile_image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려운 시입니다
이해하려고 6번은 보았는데 모르겠어요
마지막에 흐느껴 우는 이유가 있을텐데 역시 시는 천재가 즐기는 문학인가 봅니다
고맙습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폭의 그림 이군요. 너무잘 감상했습니다.
여인인지 남자인지도 모를 누군가의 뒷모습에
시선이 집중됩니다. 눈은 쌓여 무릅까지 차오르고
흩날리는 눈발에 풍경이 지워지기 시작하는 그때,
하염없이 바라보는 시선에 맺혀 흐르는 눈물,
이윽고 몰아치는 바람소리에 흐느낌 조차 지워지고 있는
그곳에 잠시 섰다 갑니다. 아름답군요.
새해는 더욱 건강하시고 문운이 활짝 열리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석류꽃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석류꽃님 단아한 좋은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별 것 아닌 글을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몸이 많이 안 좋으신 분께서 꿈결에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셨다면서 그 감각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더군요.
그래서 그것을 써 보았습니다. 죽음의 감각에 대한 시인데, 그분 말씀이 너무 생생해서 꼭 시로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셨군요.
죽음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차원에서의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 생각해봅니다.
아무나 그려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 감돌고 있으니 죽음도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지는군요. 너무 겸손하세요, 시인님.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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