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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神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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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25회 작성일 21-01-07 03:29

본문

1.

해를 겨우 넘긴 아이에게는 부모가 신이다. 그 신은 다른 신을 믿었고, 다른 신도 또 다른 신을 믿었다. 그래서 신은 신에게 신의 아이를 보냈고,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빌었다. 하지만 아이가 달싹이는 입술로 짧은 생애 마지막 숨을 내뱉을 때, 어느 신도 아이에게 없었다. 셋이나 되는 신 중, 어느 신도 아이의 곁에 있지 않았다. 무엇을 위하여 신이 존재한단 말인가, 무엇이 신이란 말인가?



2.

엄마, 아빠 하고 말을 배우기도 전에
온몸이 으스러지는 공포를 먼저 배우고
숨을 거두기 전날에 길지도 않은 생을
그저 곱씹어야만 했던 그 기구한 목숨을

부디 잊지 말아주십사
너무 늦어 간곡한 부탁



3.

하나님 아버지고 어머니고 뭔 지랄이고 간에, 이 엄동설한에 발가벗겨서 싹 다 얼어죽일 공범이 정녕 아니라면, 죄 없이 태어나 모든 죄를 가지고 갔다던 그 삼위일체의 대리자가 삿된 불상짓을 저질렀는데도, 아니 종전에도 이런 일이 한두 번이었느냐마는, 고용인이 진정으로 이리 침묵하며 다만 적당히 골라잡을 성명문을 발표할지 말지 재고 따지기만 한다면, 대체 그것이 무슨 신앙이고 기적인지?



4.

지상에 천국을 만들어 보려는 그 모든 행위가
외려 지옥문을 열어젖히는 꼴이 되었다는
오랜 격언을 끄집어낸다
기억의 저변에서 조용히 승점을 쌓고 있는
너무 당연해서 가끔 잊고 살아가는
그것

오늘도 찬장에서 꺼내들고는
식사 대신 곱씹으며 쓰린 속을 달랜다
그래도 산산조각난 그의 영혼에는
초라한 천당 따위나마 있었으면 좋을 터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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