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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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느청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39회 작성일 21-01-14 09:38본문
기설제
어느청년
서울이고 어디 윗지방엔 다 눈이 오는데, 펑펑 내린다는데
여기 내가 사는 곳엔 눈이 오지 않아서
나는 매일 밤 눈사람을 만듭니다
일본 사람들이 테루테루보즈를 으레 베란다에 내걸어놓듯
나는 눈사람을 머리부터 만들어 바닥에 두고 몸통을 굴려 머리 위에 올려둡니다
그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아침에 눈사람은 모두 녹을 것이고
당신은 오지도 않고
야속한 마음으로 강물에 돌 던지면 퉤퉤 박힙니다
아마 다들 내가 눈사람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았겠지만
강물은 날 믿고 몸을 말아 퉁퉁 얼었습니다
눈을 한 번 쌓아올려보고 싶은 까닭입니다
오늘 밤엔 나도 믿음으로 꽁꽁 타오르다가 갓 건져낸 조약돌처럼 매끈하게
파닥거리다가
거꾸로 매달려 머리 위에 몸을 둘 것입니다
사람은 녹질 않을 테니까, 밤새 당신을 기다려 볼 작정입니다
어느청년
서울이고 어디 윗지방엔 다 눈이 오는데, 펑펑 내린다는데
여기 내가 사는 곳엔 눈이 오지 않아서
나는 매일 밤 눈사람을 만듭니다
일본 사람들이 테루테루보즈를 으레 베란다에 내걸어놓듯
나는 눈사람을 머리부터 만들어 바닥에 두고 몸통을 굴려 머리 위에 올려둡니다
그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아침에 눈사람은 모두 녹을 것이고
당신은 오지도 않고
야속한 마음으로 강물에 돌 던지면 퉤퉤 박힙니다
아마 다들 내가 눈사람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았겠지만
강물은 날 믿고 몸을 말아 퉁퉁 얼었습니다
눈을 한 번 쌓아올려보고 싶은 까닭입니다
오늘 밤엔 나도 믿음으로 꽁꽁 타오르다가 갓 건져낸 조약돌처럼 매끈하게
파닥거리다가
거꾸로 매달려 머리 위에 몸을 둘 것입니다
사람은 녹질 않을 테니까, 밤새 당신을 기다려 볼 작정입니다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물이 날 믿고 언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좋은 시 많이 쓰시길요,
어느청년님의 댓글의 댓글
어느청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정성껏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