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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순
고목이 된 살구나무
죽기 직전에 벌 한 마리 느릿느릿 기어오른다
추운 이 겨울을 어디서 견디어 냈을까?
아니면 따듯한 집을 두고 가출인가, 외출인가,
만성질환에 독감까지 겹쳐 몸이
타들어 간다고 했더니
힘없는 발자국 찍힌
벌 화분이 한 병 배달된다
허공에서 쏟아낸 푸른 피가 젖은
머리 위에 고인다
푸르게 반짝이는 날개 끝은 달아서 무뎌지고
당신이 눈길 주던 고목
다시 잎이 다시 꽃이
살아서 꿈틀대는 벌 한 마리까지
멀어지는 봄을 애타게 불러 보는 일이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재생을 회춘으로 읽습니다
다시 잎으로 다시 꽃으로
감사합니다
이옥순님의 댓글의 댓글

김시인님 다녀 가셨네요^^
감사합니다
하림님의 댓글

늙었다고 죽을거라고 눈길도 주지 않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싹을 낼 것입니다
고목에 핀 꽃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나이테 굵은 수호신에게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이옥순님의 댓글의 댓글

살아 왔던 것은 지지 않으려는
꽃들에 전쟁 같았습니다
오늘은 가까스로 자신이 살아있음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 시절 피었다가 사라지는
존재 라는걸
때론 고목나무 보다 생이 짧다는것을
겨울나무 처럼 봄이 되면 젊음을 다시
돌려 받고 것이 지금에 심정입니다
다녀 가시고 댓글 주시고
감사합니다 하림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