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2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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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04회 작성일 21-02-12 01:49본문
삶의 한 꺼풀 벗겨 내린 그 날
진우와 나는 교문 앞 할매 집으로 향했다
마빡에 피도 안 마른 잡놈이라고
구시렁거리며 소주 한 병 날아왔다
손주만 한 잡놈들이 가여웠는지
불알 크기만 한 담치 한 사발
모락모락 김을 피우며 상에 오른다
춤이라면 마이클 잭슨도 울고 갈 진우는
싸움도 곧잘 하는 나의 우상이었다
황순원의 소나기가 운동장을 점령한 어느 날
진우도 소나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겨드랑이에 시집 한 권 끼고 겉 멎든 대학 시절
명지대교 저수지에서 꿈틀거리는
월척 붕어의 어탁을 상상하며
불투명한 미래를 찌에 담아 흘려보냈다
어스름이 저수지에 깔리고
두렁을 타고 다가오는 손전등의 곧은 불빛
뚜껑 날아간 밀짚모자 쓴 낯익은 실루엣이
휙 지나가는데 나도 모르게 달려가 등짝을 후려쳤다
진우였다
물가에는 아지랑이처럼 담배 연기만 솟았고
우리는 40년의 세월만큼 간극이 벌어졌다
오늘 밤
현의 속살을 에이는 활대가
옹이 가득한 내 유년의
그늘을 파고 든다
댓글목록
1활연1님의 댓글
1활연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미지만 보여주는 것 같은데
주저흔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휘어짐과 건짐은
동시성이지만 그 월척이 그늘이군요.
소녀시대님의 댓글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개자욱한 명지대교 강변의추억을
노벨문학상 노미네이트에 추천합니다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신 말씀 고맙습니다.
활연 시인님!
소녀시대 시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