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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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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5회 작성일 21-02-17 10:54

본문

노루 / 백록

 

베로니카!

너는 꼬리풀의 족속
보랏빛 향기다

베로니카!

당신은 모가지가 길어 슬픈 여인
아니, 관이 향기로운 사슴을 닮고 싶은 당신은 오늘도
우수의 기슭을 희끗희끗 헤매고 있다
잃어버린 전설을 소환하며
뜻하지 않은 눈길을 밟고 있다
언뜻,
천명天命이라는 이름으로

베로니카!

당신은 아마 예수의 초상을 흰 천으로 품고
오명을 누명으로 살다 간
슬픈 운명이지만
볼품없는 관이라도 기어코 쓰고 싶은 환생의 너는
눈보라 흩날리는 오늘도
새까만 동공으로 보랏빛 향수를 떠올리며
이 오름 저 오름을 기웃거리는
노릇노릇한 눈물이다
늙은 눈물의 소리 같은

베로니카!

너야말로 끝내 꼬리를 감춰버린
전생의 삶을 떠올리는 향기
보랏빛 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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