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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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11회 작성일 21-02-17 16:50본문
별의 순간
최선을 다해 도망가는 날
너무 궁금해하지는 말아 주세요
빵 대신 유리조각으로 면도를 해야 살아남던
아우슈비츠가 싫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요
퓨즈 대신 구리철사를 감고 있으라며
탈 육식을 하겠다던 당신이 공격적이라며
고양이를 밥 먹듯이 유기한다는 걸
신 파우스트인 당신의 취향 때문만은 아니라
생각할게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았어요
나를 사찰한 보고서에
기억이란 입속 천장을 보여주면 믿어 주실까요
서쪽에서 온 하루가 동쪽으로 지는
깨어나도 꿈 같은 혼잣말이 부풀어지면
먼바다 냄새가 나요
오래 맞댄 것들이 달아날 때
속이 비어버린 갈림길로
웃음과 울음이 같은 체온이었다는 것을
내딛던 발목이 투명해지고서야 알았어요
황금빛 출렁이던
풍성한 말들이 빠져나간 금이 간 논바닥
꽁꽁 둘러 모아 놓은 곤포가 흩어지듯
단독자들의 걸음이
엉켜있던 방식으로 돌아가는 꿈속에도
발목은 없으니까요.
봄날을 꿈꾸며 공중의 빳빳한 설원을 건너고 있어요
그래도 되는 사람들이란 낙인과
죽음 뒤에 되찾은 목소리에
별이 숨어 있데요
최선을 다해 도망가는 날
너무 궁금해하지는 말아 주세요
빵 대신 유리조각으로 면도를 해야 살아남던
아우슈비츠가 싫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요
퓨즈 대신 구리철사를 감고 있으라며
탈 육식을 하겠다던 당신이 공격적이라며
고양이를 밥 먹듯이 유기한다는 걸
신 파우스트인 당신의 취향 때문만은 아니라
생각할게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았어요
나를 사찰한 보고서에
기억이란 입속 천장을 보여주면 믿어 주실까요
서쪽에서 온 하루가 동쪽으로 지는
깨어나도 꿈 같은 혼잣말이 부풀어지면
먼바다 냄새가 나요
오래 맞댄 것들이 달아날 때
속이 비어버린 갈림길로
웃음과 울음이 같은 체온이었다는 것을
내딛던 발목이 투명해지고서야 알았어요
황금빛 출렁이던
풍성한 말들이 빠져나간 금이 간 논바닥
꽁꽁 둘러 모아 놓은 곤포가 흩어지듯
단독자들의 걸음이
엉켜있던 방식으로 돌아가는 꿈속에도
발목은 없으니까요.
봄날을 꿈꾸며 공중의 빳빳한 설원을 건너고 있어요
그래도 되는 사람들이란 낙인과
죽음 뒤에 되찾은 목소리에
별이 숨어 있데요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단독자란 말을 실존주의의 그 개념으로 해석해도 된다면,
죽음 뒤에 되찾은 목소리에서 시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거라 봅니다.
어렵지만 나름의 사색거리를 던져주는 시, 잘 읽었습니다.
자주 좋은 시 올려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한뉘님의 댓글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졸시에 입혀주신 따뜻한 마음에
초라한 외투에 온기가 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