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 그 어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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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 그 어간에서 / 백록
붉은 사과를 씹으며 푸른 날의 에덴동산을 기어오른다
그 기억의 껍질을 슬겅슬겅 벋기며
하얀 살 허겁지겁 삼키며
검은 씨 툭툭 내뱉으며
언뜻, 도스토옙스키를 소환한다
나의 죄와 벌을 생각한다
그 가운데 지난날의 푸른 것들이 붉게 물들고 있다
푸른 것은 하얀 죄의 시작이라 규정하며
붉은 것은 검은 벌의 끝이라 단정하며
하얀 건 평화라 떠벌리며
검은 건 전쟁이라 까발리며
톨스토이를 떠올린다
이윽고 동백꽃 뚝뚝 떨어지던 섬의 무자년
사월의 검은 달을 떠올리며
삼일의 하얀 해를 떠올리며
물불을 가리지 않던 홀로코스트적 망상들
혹은 킬링필드적 망령들
그 물과 불의 관계를 생각한다
그 사이를 어룽거리는 흑묘백묘를 소환한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얼룩배기면 어떻고
얼룩빼기면 어떻고
얼룩백이면 어떠랴
머잖아 잿빛이거늘
어차피 무색이거늘
댓글목록
이옥순님의 댓글

아직 자신이 살아 있음을 자각하고
누군가에 머리를 숙일 수 없고
언뜻 보기엔 일종에 혁명 같고
그 가운데 푸른 것들이 붉게 물들고 있습니다
잘 감상 하고 갑니다 ....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ㅎㅎ
그렇듯 생각했습니까?
그냥저냥의 소회일 뿐입니다만
세월은 그렇게 흘러~
그렇게 기울고 있답니다
어느 노랫말처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