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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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虛送 / 백록
불면의 밤을 고장난 재봉틀에서 누비다 만 허투루의 시간이다
밤새의 박음질로 박재된 박쥐의 새벽이랄까
설친 잠에서 뚝 부러져버린 바늘 같은 시각 하나가 달력에 걸려 절룩거리는 절기며
시도 때도 없는 물때를 향한다
문득, 태공이고 싶은 세월을 잠꼬대의 초릿대로 붙들고
별 볼 일 없는 시어 하나라도 낚아볼 요량으로
백록담으로 출렁이는 구름의 낌새와 바람의 행방을 훔치며
눈에 띄지 않는 일천구백오십 미터의 낚싯줄과
곶자왈 귓가시낭 같은 미늘이
비장의 무기라며
댓글목록
이옥순님의 댓글

같은 감성을 가진 듯
반갑습니다 시인님
발자국 꾹 찍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허구한날의 잠꼬대일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흑화 혹은 흙꽃 / 백록
어느덧 그림자 속을 헤매는 꽃
무른 수컷의 이름이다
그냥 검은 꽃
그렇다고 흑장미가 아니다
목련이나 매화처럼 하얗게 피다 질
그런 꽃도 아니다
물론, 소월의 진달래도 아니고
석중의 개나리도 아니다
이런저런 무수의 꽃도 아니고
누구의 그 꽃도 아니다
흙에서 나고 자라 그림자처럼 피다 질
이름조차 거추장스러운
그 기역들의 기억마저
무릇 검게 흘려버린
무명초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