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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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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끼요오오오옷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9회 작성일 21-03-31 00:12

본문

파내는 게 특기인 인간의 재량이 나날이 거창해져

봄이 채 가기 전 산이 사라질 수 있다지

재개발 일대라 지반을 인위로 허문 산기슭엔 드러난 뿌리째 굵직한 벚나무가 기울었다

짓이긴 초목들 뒷산의 연두 피 내음이 휴일에 소강된 공사판 떠도는데

무엇도 죽기엔 안 어울릴 봄볕 말간 날

아지랑이가 제향처럼 아물거리고 그새 또 벚꽃은 명이 닳아 휘날렸다

정수리에도 그리고 생채기투성이인 굴삭기에도 덕지덕지 내린 하얀 잎에 울컥했다

반창고 같아서, 쓰다듬는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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