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노마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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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30회 작성일 21-04-11 11:05본문
석노마(石老馬) 할머니 / 정연복
외할머니께서 83세의 일기로
내 곁을 떠나신 지
어느새 만 11년이 되었다.
시집온 지 겨우 몇 년만에
청상과부가 되셔서
달랑 외동딸 하나 키우시며
긴 세월 많이 외로우셨을 할머니
평생을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 위해 밥 짓고 빨래하시느라
늘 고단하셨던 할머니
그냥은 써서 못 마시겠다며
설탕 한 숟가락 넣은
막걸리 한 사발을 놓고서도
몇 번이고 쉬엄쉬엄 나눠 드시던
나의 외할머니
1991년 1월 17일 저녁
할머니가 현관 밖 차디찬 계단에
쓰러져 계신 것을
나의 아내가 발견하였을 때도,
할머니는 마당에 널어두셨던
하얀 광목 한 보따리를
가녀리게 야윈 품에
보석처럼 끌어안고 계셨지
세상을 하직하시던 그날도
우리 위해 저녁밥을 지으셨지
단 한마디의 유언도 남기시지 못한 채
싸늘한 육신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할머니가 우리 곁을 영영 떠나셨다는 게
나 도무지 느껴지지 않아
할머니가 늘 주무시던 그 자리에
나 밤마다 이부자리를 펴 드렸었네
돌(石)처럼 한평생 변함없이
우리를 기르시고 보살펴 주셨던 할머니
고단한 살림살이를 지탱하시느라
늙은 말(老馬)처럼 야위셨던
당신의 그 모습이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성스럽게만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내 곁에 말없이 머물다 가신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할머니
댓글목록
책벌레님의 댓글
책벌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까지 쓰신 모든 시는 잊고
앞으로 이 시적 묘사로
전진하고 또 전진합시다.
뒤돌아보지 마시고요.
미상님의 댓글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연복시인님
아름다운 외할머님이 계셔서 훌륭한 시인이 되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