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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달이 뜬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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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39회 작성일 21-04-1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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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달이 뜬 밤


 정민기



 창백한 달이 뜬 밤
 서늘해서 몸 둘 곳 없는 바람
 벗겨도 벗겨도 흐르는 낙엽
 어디론가 몰려가지만
 조폭 무리 받아주는 곳 없다
 달은 갈수록 무르익어
 홍시처럼 터질 것 같다
 그늘이 내려앉은 밤은 쓸쓸하다
 마당을 한번 쓸어보고 싶다
 별을 말려놓은 하늘은 넓어서
 다 거두어 가려면 시간이 걸린다
 별똥 떨어지는 것을 가만히 보면
 나도 문득 똥을 눌까 하고 생각한다
 아침이 밝아오면 허기가 지는 거리
 달도 그 자리를 금세 못 떠나고
 낮달로 여전히 하얗게 질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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