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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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26회 작성일 21-07-01 10:38본문
죽창가* / 백록
“이 두메는 날아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진 녹두꽃이 되자 하네.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반란이 청송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아! 그날의 파란만장이여!
시인의 울부짖음이여!
그날의 광경이 만약 이 시대에 되살아난다면
하여, 녹두밭에 앉은 파랑새를 본다면
당신은 과연, 어찌할 텐가
녹두꽃 피우기 위해 새들을 내쫓기 위해
분노의 죽창을 휘두르며 날뛸 것인가
횃불을 들고 선동을 하며
지금 당장 너도 죽고 나도 죽자고 마구 총질 칼질할 것인가
오래도록 너도 살고 나도 살자고 살살 달랠 것인가
첨단의 허수아비를 빌려서라도
우리말로 짹짹거려도 안 통하면
‘칩칩蟄蟄’ 하거나, 혹은
‘chip-chip’ 하며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아! 울컥한 그날의 노래여!
시대의 설움이여!
민초들이여!
나무아미타불이여!
아멘이여!
동학이여, 서학이여!
백두여, 한라여!
그 가운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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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주 시인의 시에 화가 김경주가 곡을 붙인 노래 인용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섬의 바람 / 백록
바람이 씽씽거리는 섬엔
우거진 소낭들 트멍으로 시커먼 울음이 파고든다
침침한 폭낭들 사이로 시퍼런 신음이 비친다
그 결에 사무치도록 울컥거리던 바당도
바람의 광질에 질 새라
제 가슴을 후려치며 들락킨다
와들랑 와들랑
하늘이 울면 바당도 출렁이고
땅도 따라 들썩인다
내 땅 네 땅
가릴 것 없이
경허단 보난 저절로 알아지는 거
이 섬의 바람은 결국
돌 같은 거
보름 같은 거다
바람에 휩쓸려 그믐으로 지고 나면
머잖아 초승으로 다시 떠오르는
달 같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