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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 백록
사회적 거리가 더 멀어지고 철없는 장마가 이 섬을 통째로 삼키는
지금쯤이면
친구들의 안부가 스멀스멀 궁금해진다
하여, 나는 그들의 동태를 수소문하며
시 나부랭이를 긁적이고 있다
A는 정년이 없는 일터에서 여름을 더듬고 있고
B는 갯바위에 앉아 세월을 낚고 있고
C는 이 오름 저 오름을 오르내리고 있고
D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고
E는 활터에서 시위를 당기고 있다는데
어쩌다 F인 나는 지금
심심한 모니터를 붙들고 여름의 문체를 더듬고 있다
이 바당 저 바당의 시어를 낚으며
어느 오름의 추억을 소환하며
머리를 올리던 첫 라운딩을 떠올리며
새총의 고무줄 기억을 당기며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팬데믹 / 백록
마침내 4단계라는데
세계적 대유행의 조짐이라는데
WHO가 설립된 이래 팬데믹을 선언한 경우는
내가 사는 동안, 반세기 전 홍콩독감, 십여 년 전 신종플루, 지금의 코로나19 등
세 차례뿐이라는데
셋이 모이면 저승으로 잡아간다는 경고인지
호시탐탐 콧구멍을 노리는 어처구니 같은
비루먹은 염병할 족속들
도무지 사라질 기미
눈곱만큼도 없다
지긋지긋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산한 거리로 마가 끼었는데
어느덧 이 섬의 탯줄 같은 고구마들을 밥줄로 삼켜버린 들녘을 들락거리던
허씨들의 허기가 올레길 담구녕으로 트멍트멍 얼씬거리는데
잔뜩 흐린 하늘엔 여전히 쿠릉쿠릉
철새들 날갯짓 허둥지둥이로구나
저들의 뱃속도 아직 고픈 건지
저러다 저놈들마저 기운이 빠져 날개를 접는 날
여기는 그야말로
고립된 고독들만 늙은 구렁이처럼 도사리겠지
허황된 개발들도 공항의 이별처럼 비치겠지
허공을 떠도는 공황이랄까
그때쯤이면 아마도
‘이어도 사나’라는 옛 후렴구를 초혼처럼 떠올리며
‘이래도 사나’로 노랫말 고쳐 부르겠지
마치, 장송곡처럼, 영장을 먹던 생각으로
더러는 달 뜨는 밤마다 오돌또기를 떠올리며
‘둥그데 당실’을 ‘고프네 당신’으로
고쳐 부르거나
이옥순님의 댓글

시인님 안녕 하세요 ^^
참 .. 오랫 만에 인사 올립니다
여전 하신 시인님 참 반갑습니다
농사일을 하다 오늘은 비가 와서
휴일이 되었답니다
한결 같은 시인님 부럽기도 하고요
가끔 와도 시인님이 계시길
바라면서 인시 올리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인사로 읽는 시가
인시인 듯
ㅎㅎ
농부가 다 되신 듯
감사합니다